‘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기본법이 필요하다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기본법이 필요하다
  • 이진우
  • 승인 2017.10.3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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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과제 없던 문재인 정부, 5개월만에 ‘안전대책 추진과제’ 제시국회도 법률 11건 준비중…‘어린이안전기본법’ 행안부 비협조로 표류
▲ 아이들이 지진 발생에 대비해 실내 안전대처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된 국가의 대국민 안전 인식 및 대책의 패러다임을 개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으나, 정작 최대 희생자인 학생 등 어린이·청소년의 안전 문제도 새롭게 개편 정립돼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관심은 그다지 부각되지 못했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취약계층을 배려한 어린이 공약을 제시했지만, 어린이·청소년 안전 내용은 기껏해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시설 확충 및 단속법규 강화 추진 ▲어린이 활동 공간에 사고나 범죄예방을 위한 CC(폐쇄회로)TV 확대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출범 5개월이 경과한 지난 10월 1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어린이 안전대책 주요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공약에 포함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 안전을 위한 실천 과제들을 확정, 제시함으로써 부모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우려를 일정 정도 불식시켰다.

 


새 정부 출범 5개월만에 내놓은 어린이 안전대책
정부의 어린이 안전대책 주요 추진과제에 따르면, 최근 액체질소 주입 과자(일명 ‘용가리과자’) 사고, 놀이기구 멈춤사고 등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불상사가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정부 차원의 어린이 제품, 유원시설, 식품 대상 강화조치들을 담고 있다.
먼저, 최근 천안지역 초등생의 용가리과자 사고를 계기로 과자에 액체질소가 잔류하지 않도록 하는 사용기준을 연말까지 신설하고, 위반할 경우 기존의 시정명령을 넘어선 영업허가 취소, 영업소 폐쇄, 해당음식물 폐기 같은 강화된 처벌을 적용키로 했다.
아울러 액체질소, 드라이아이스, 신맛 나는 캔디 등 안전사고 우려 제품에는 취급주의 표시를 의무화했다.
정부는 영유아식품의 이력 등록을 올해까지 완료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어린이시설의 위생지도 및 점검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대공원 등 유원시설 내 60㎝ 이상 승강장에는 안전울타리 설치가 의무화된다.
무허가 유원시설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놀이공원의 타가다디스코 등 사고위험이 높은 시설의 안전을 위해 실내 유기기구 충격흡수재에 화재에 강한 불연·난연재료를 사용하도록 했다.
어린이용 매트와 핑거페인트 등 최근 논란이 되는 어린이 위해요인을 예방하기 위해 해당제품의 위해물질인 플라스틱 연화제, 방부제의 안전성 조사를 실시, 연내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취약지역 모니터링 감시단의 인원 수도 현재 60명에서 내년 90명, 2019년 120명으로 크게 늘려 불법·불량제품의 시장유통을 차단하고 수입제품의 통관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소비자인 어린이의 구매·사용 교육도 확대하고, 동시에 영유아층 부모교육을 늘리고 놀이 중심의 안전사고 예방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는 한편, 초등학생 안전교육 선도학교 및 어린이제품안전체험관을 운영하는 등 연령별 맞춤형 안전교육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개선대책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어린이보호구역, 통학버스 대책 등 어린이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안까지 아우르는 어린이 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밖에 정부는 어린이 안전대책 주요 추진과제 회의에서 생활주변의 범죄 예방 및 대응 방안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음란물 실시간 차단기술,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범죄예방 시스템, 생체정보 분석을 통한 첨단 수사기법을 1~2년 내에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 사진=한국어린이안전재단

 


국회도 어린이 안전입법 11건 ‘통과 대기중’
차세대 안전보호망 강화는 기성세대의 책임이자 의무인 만큼 행정부의 노력에 못지 않게 관련 보호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 관심과 입법 의지도 중요하다.
지난해 4월 총선의 결과로 구성된 20대 국회는 10월 현재 어린이 안전 관련 법류 제정 및 개정안 11개를 발의하고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대부분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식품이나 놀이시설을 금지·제한하는 취지의 입법이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어린이안전 기본법안’이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어린이 안전 관련 여러 법률이 행정안전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 분산돼 있어 어린이 안전 관리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제도적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종합 기본법을 만들어 일원화된 지원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행 어린이안전 관련 법률들은 보건복지부의 ‘아동복지법’을 비롯해 행정안전부의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산업통상자원부의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 식품의약처안전처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교육부의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으로 흩어져 있는 실정이다. 
표창원 의원은 어린이안전 기본법 제안 이유로 제도적 지원의 통일성 구축 외에도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가 응급상황에 처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경우 안전을 확보 조치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응급조치의무 규정이 일부 개별법에 제한적으로 마련돼 있어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법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어린이안전 기본법이 제정되면 어린이안전 관련 정책을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어린이들이 24시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테두리를 만들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어린이의 안전을 다함께 책임지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요 내용은 어린이안전 주무부처 및 책임자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으로 삼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매년 어린이안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제9조)에 규정된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확정하도록 했다.
행안부 장관은 어린이안전 기본법에 의거해 어린이안전 사고가 발생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관할 구역에서 어린이안전 사고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요청에 따라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산하에 ‘어린이안전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어린이안전기본법은 처리에 진통을 겪고 있다.
다름아닌 행정안전부의 주무조직(재난안전과)에서 기본법에 담긴 조사위원회의 조사권한 부여 등 일부 조항 규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관부처에서 법안 제정에 거부감을 보이자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도 3번의 법안소위 심사를 거쳤지만, 좀더 행정부 협조를 얻을 수 있게 신중하게 추진하자는 입장이어서 당초 올해 회기 내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표창원 의원실은 전했다.
표창원 의원측은 “선진국 영국에서도 지난 2000년에 어린이안전법을 제정하는 등 어린이안전 관련 단일법의 추세임에도 ‘어린이’에 국한된 법안이라는 인식의 한계, 기존 어린이안전 소관부처와 관계 등이 맞물려 법안 처리가 늦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표 의원측은 어린이안전기본법 통과를 위해 행안부 대안 제출을 역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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