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업계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왜 반대하나
보육업계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왜 반대하나
  • 송지나
  • 승인 2017.08.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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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서비스를 요양보호 등 돌봄서비스처럼 취급하면 보육의 질 저하”
“보육교직원 처우 개선, 사회서비스공단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결 안돼”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영유아에게 양질의 보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보육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움직임에 대해 보육업계는 모든 영유아에게 기회균등,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아동중심정책이 결여된, 일·가정 양립 지원 중심의 여성·노동정책이며 저출산 방지에 우선한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통해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를 묶어서 관리한다는 계획은 보육교사의 전문성 훼손과 보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보육업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이 7월 26일 국회에서 개최된 ‘아이들과 보육교직원이 행복한 미래를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 = 정부는 민간어린이집, 장기요양기관 등 민간시설에 근무하는 보육교직원과 요양보호사 등의 40%를 직접 고용함으로써 공적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회서비스공단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국민연금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조달하되, 어린이집의 공공전환 방식으로 기존시설을 매입하는 방식, 어린이집의 소유권은 민간이 그대로 유지하고 소유권에 대한 적정투자보수 지급을 전제로 운영권만 사회서비스공단이 인수하는 방식, 소유권·운영권은 민간에 두고 필요인력을 사회서비스공단에서 직접 고용해 파견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공단의 조직체계는 17개 광역지자체별로 공단(지사)를 설립하고 각 지역공단에 보육직렬, 복지직렬, 요양직렬, 기타직렬을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돌봄서비스의 질 제고와 공공일자리 확충을 위해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려는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전문 교육서비스를 포함하는 육아·보육 서비스의 질 제고,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라는 사회적 대과제를 정부조직을 개편하지 않고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공공일자리 확충 관점에서 풀어가는 것이 최적의 정책 결정인지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보육서비스의 특성과 사회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보육서비스와 보육교직원에 대한 지원 및 관리를 돌봄서비스를 관장하는 사회서비스공단에서 맡는 것이 타당한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유사한 선진국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저출산 및 보육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저출산·보육정책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통령직속 출산장려보육진흥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보육교직원과 요양보호사 등을 직접 채용하는 방식으로 보육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공공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보육서비스는 요양보호, 활동보조 등의 사회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책대안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

요양보호 등 돌봄서비스와 동일한 형태의 문제인식과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접근은 오히려 보육의 질 저하, 저출산 문제의 악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신규 설치 외에 기존전환, 기존매입 방식으로도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정책은 서울시의 보육수요, 재정여건, 지자체장의 의지 등 서울시의 특수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는 것은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국공립어린이집 운영과 관련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후 공단직영 또는 공단이 보육교직원을 파견하는 방식을 예정하고 있으나 2015년말 기준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의 직영비율은 5.2%에 불과하고 94.8%가 개인위탁, 사회복지법인위탁, 종교법인위탁 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의 전문성을 살린 국공립어린이집의 위탁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국가중심의 공보육, 부모가 만족하는 공보육의 실천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수탁자가 안정적으로 보육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지원체계의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후 보육교직원을 공단에서 직접 고용하게 되면 보육교직원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필요한 재원에 대한 장밋빛 계산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교사의 적절한 근무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이재오 호정숲속어린이집 원장이 7월 26일 국회에서 개최된 ‘아이들과 보육교직원이 행복한 미래를 위한 토론회’에 참여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이재오 호정숲속어린이집 원장 = 현 정부는 일자리확충 및 공공성확대를 위한 일환으로 가칭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문제를 들고 나왔다. 공공성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은 누가 들어도 좋은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단의 취지에 백번 양보한다고 하여도 현재 어린이집은 포화상태이며, 계속 영유아의 수가 줄어드는 현 시점에 일자리 확충 차원으로 사회서비스공단 내에 보육교직원이 포함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해도 2016년 말 기준 4만1,000여개소(서비스 평가인증률 79.11%)의 어린이집에서는 영유아 권익 중심의 공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한 부모 만족도도 매우 높게 나타난 실정임에도 보육서비스를 돌봄서비스로 격하시키는 사회서비스공단 내에 편입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유아교육서비스(유치원)와 동일선상에서 이러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공보육을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 내에 보육교직원이 포함되면 이제껏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져온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 하는데 이는 보육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나온 발상이다.

보육교직원의 처우 개선은 사회서비스공단 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껏 보육교직원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12시간의 근무시간과 쉬는 시간도 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서 보육현장을 지키는 보육교사들의 바람은 영유아들의 첫 선생님이라는 자긍심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CCTV 설치로 인해 ‘잠정적인 범법자’로 취급되는 현 실정에서, 사회서비스공단에 속하는 순간 ‘단순 돌봄서비스 종사자’로 분류되는 것은 보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보육교직원의 처우개선을 하는 데 가장 시급한 것은 급여수준을 현실화하고 근무환경 개선비의 인상과 더불어 표준보육료의 현실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제는 유치원 교사와 같은 동등한 대학교를 나와 정부에서 인정한 자격증을 소지한 보육교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서라도, 현재 보육교사와 유치원교사의 급여 차이가 2배 가까이 나타나는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 내에 보육교직원들을 포함시키지 않아도 처우 개선을 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가지이다. 8시간 근무시간 준수, 보육료 현실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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