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학생이 제안하는 교육개혁 과제
[교육논단] 학생이 제안하는 교육개혁 과제
  • 송지나
  • 승인 2017.06.0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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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나영 수도여고 2학년(前 국사봉중 학생회장)

입시제도 변경·학생 자치 활동 보장·수업 선택권 보장
학생회의 학교 운영위원회 참여·예체능 실습위주 수업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입시제도를 바꿔서 학교 수업이 토론과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선거연령을 낮춰서 교육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선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 때는 당연히 청소년이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성나영 수도여고 학생(2학년, 전 국사봉중 학생회장)은 지난달 31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말했다.

성나영 학생은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과제로 첫째, 학생 자치 활동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학생회의 권한과 관련된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회가 학교 운영위원회에 들어가서 직접 학생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선생님, 학부모와 동등한 위치에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입시제도를 바꿔서 성적과 점수로 학생들을 평가하지 않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제도가 바뀜에 따라 수업이 토론과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며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존중받는 수업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로는 선거연령을 낮춰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나라나 정부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강력한 방법이 선거인데, 교육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성나영 학생은 “적어도 교육감 선거 때는 교육 수요자인 청소년들이 당연히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수업 선택권 보장도 주장했다. 학생마다 배우고 싶은 과목과 배우고 싶지 않은 과목이 일기 마련인데 학생들이 개인의 특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모든 과목을 배우게 하는 것은 교육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분만 아니라 국가의 교육정책과 학교 내의 교육과정이 수시로 바뀜에 따라 학생들이 수동적인 교육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체능 실습 위주 수업과 특성화를 위한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성나영 수도여고 학생이 지난달 31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다음은 성나영 학생의 발표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수도여자고등학교 2학년 성나영입니다. 저는 제가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정책들과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로 나온 정책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학생 자치 보장과 관련한 것입니다. 제가 졸업한 국사봉중학교는 혁신학교로 학생 자치 활동이 보장되어있는 학교였습니다. 학생과 관련된 사항인 교복, 교칙, 시설 등은 당연히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여 선생님들께 전달하였습니다. 또한 선생님들께서도 학생회의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적극 반영해주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환경에서 중학교 3년을 보냈기 때문에, 학생회의 힘이 강하고 학생 자치는 당연히 실행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회는 생기부(생활기록부)를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느낌이었습니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선생님께 전달하고 학생 다수의 의견에 따라 행동하며, 선생님은 학생회의 활동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건 당연하지만,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 고등학교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든가 학생회가 선생님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해도 묵살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학생회가 학생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학생회의 권한과 관련된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학생회가 학교 운영위원회에 들어가서 직접 학생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 학부모님과 동등한 위치에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시간인 학급회의가 정규 수업시간 중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청소년 자치활동지원 운영위원회 등의 기관을 지역별로 마련하여 교내 학생자치기관 사이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능동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지원과 관심을 통해 넓은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입시 제도와 수업 방식, 자율학기제에 관한 것입니다. 처음에 제가 학생 자치 활동을 위해 여러 가지를 지원하고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지원되고 법제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내신과 수능의 부담으로 인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치 활동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학생들이 교과 내신과 수능의 부담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학생 자치 활동은 더 활발해 질 것입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입시제도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적과 점수로 학생들을 평가하지 않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시 제도가 바뀜에 따라 수업 또한 토론과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국사봉중학교에서는 많은 수업이 토론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토론형식의 수업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나의 생각과 의견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가 중요하였습니다. 토론 주제를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학교의 교칙인 생활협약으로 정하여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강의처럼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토론하며 틀에서 벗어난 생각도 해보고 모두의 의견이 존중받는 수업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수업일 것입니다.

▲ 지난달 31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성나영 수도여고 학생.

 


참여하는 수업의 대표적인 예로는 생태수업, 뮤지컬 대회와 영화제를 들 수 있습니다. 생태수업은 창의로운 체험활동 일명 ‘창체시간’에 지역사회인 성대골 마을발전소와 연계하여 목공수업, 에너지자립마을이란 어떤 것일까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2학년 때는 3평짜리 저에너지 하우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대회는 2학년 때, 영화제는 3학년 때 했었는데,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만들고 배경음악을 정하고, 배역을 맡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것들과 자유학기제 운영방식이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자유학기제를 처음으로 실행하게 되면서 제 동생이 직접 경험을 해봤습니다. 자유학기제의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 체험을 하기가 어렵고, 지필고사가 사라짐으로 인해 매일매일 수행평가를 치르게 되어 학업 부담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원래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성적이 하락하거나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 친구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유학기제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좋은 프로그램의 구성과 학업의 병행이 이루어지거나 자유학기제를 통해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입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것입니다. 이 발표를 준비할 때, 19대 대선에서 청소년을 위한 공약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알아보기 위해서 선거 유세 기간 당시 이슈가 되었던 문재인1번가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단에 연령별 공약 설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10대를 위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발표를 준비하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교육 정책이라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공약이 나오긴 했지만, 학생들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그냥 학부모를 위한 교육 공약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육을 받는 주체는 학생들인데 말이죠.

청소년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공약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선거 연령이 하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나 정부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강력한 방법이 선거입니다. 따라서 교육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적어도 교육감 선거 때는 당연히 청소년이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은 미숙하니까 자신들의 의지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휘둘려 투표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어렸을 때부터 선거의 의미, 중요성,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등 민주시민의식에 대해 공부하면 됩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이과 학생들은 법과 정치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배우게 된다고 하더라도 입시에 중요하지 않으니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과 정치는 문과 학생들만 알아야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이과에 상관없이 민주시민의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을 따로 편집하여 책으로 만들어서 함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모의 투표가 진행되는 것을 나라에서 적극 후원해야 합니다. 올해 진행되었던 청소년 대선 모의 투표에 대해 아시나요? 온라인 청소년 모의 투표 사이트에서는 청소년들이 선거를 해야 하는 이유와 참여의 중요성을 쉽게 풀어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청소년과 관련된 공양에 대해 주최측과 후보자 간의 질의응답 자료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선거권을 갖고 있지 않은 청소년들도 간접적으로 선거를 체험해보면서 스스로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모의 투표 결과 선거인단 등록인원 중 투표 참여자가 온오프라인을 합쳐 86.08%나 된다고 합니다. 결과는 실제 선거와 같았습니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선거에 익숙해지고 성장하면서 민주시민의식이 자리 잡는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선거 문화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집, 학교, 학원을 반복하면서 여가와 행복함이 없는 일상생활 속에서 살던 우리는 작년 촛불혁명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고 갖기 위해선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성 또한 느꼈습니다. 이제 우리도 목소리를 내고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자리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그냥 울려 퍼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성나영 수도여고 학생이 지난달 31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청소년이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정책 공약 중 꼭 실행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공약


- 사학비리 근절. 사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 보호
- 사교육 줄이기
- 고교 일반화
- 수능 절대평가제와 고교과목제
 1) 더 이상 단순한 우리나라의 이론시험을 가지고는 세계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당장은 할 수 없지만 앞으로 유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 수능을 포함한 입시제도의 판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그 발판이 수능절대평가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대학 입시에 중요한 과목만 배우고 수능 준비하는 게 훨씬 효율적
- 대입전형 단순화: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공약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

△ 청소년이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정책 공약 중 추진 시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

- 사학과 언론의 조직적 반발
- 수능과 수시를 합쳐 하나의 방법으로 만든다면 그만큼 진학을 하는 방법이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우려
- 고등학교가 절대평가가 된다면 2002년생부터 실시되는데 그럼 2001년생들과 내신 등급에 큰 차이가 생기게 됨. 그렇다면 2001년생들 중 재수를 하는 학생은 대학을 지원할 때 턱없이 높은 성적의 2002년생들과 부적합한 경쟁을 하게 됨.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
- 자사고 폐지 정책은 다시 한 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음. 고교 서열화는 일반고와 자사고를 구분 짓지 않더라도 지역별 일반고교 서열화가 확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며,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자사고에 있다는 것 또한 확언하기 어렵다고 생각함.

수시 제도에서 자사고 등의 일부 학교가 일명 ‘프리미엄’을 갖춰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말하는데, 실상 자사고 내에서도 충분히 그럴만한 역량을 갖춘 일부 아이들이 입시에 성공을 하는 것이고 일반고를 갔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아이들이었기에 자사고라는 수단을 선택하여 다른 길을 걷게 된 것 뿐임.

또한 일반고에서는 받을 수 없는 차별화된 교육 체계 속에서 보다 질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한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봄. 우리는 사회의 특권을 쉽게 얻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러한 특권의식 속에서 행패를 부리기 위해 자사고를 택한 것이 아니라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공부하고 싶어서 자사고를 선택한 것. 애초에 다른 길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다른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리고 그 다른 길을 택한 우리가 잘못한 것인가?
- 고교 내신 절대평가 대학이 학생에게 불신이 생길 수 있음
- 고교과목제를 도입할 경우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과목이 분명 생길 것. 즉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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