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버스가 달려드는 악몽에 시달린다
[김호중칼럼] 버스가 달려드는 악몽에 시달린다
  • 온라인팀
  • 승인 2016.08.0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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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뉴스 포르노’ 더 이상 안 돼

지난달 17일 영동고속도로에서는 관광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4명이 숨졌고, 37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현장의 처참함과 피해자들의 회복과정 등 참으로 복잡한 상황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사고는 남의 일 같지만 결국 누구에게나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5중 추돌사고는 관광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운전자는 전날 버스에서 새우잠을 잤고, 피곤이 풀리기도 전에 운전대를 잡아 17일 평창군 용평면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에서 승용차 5대를 들이받았다. 당시 운전자는 브레이크 장치를 밟지도 못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운전자는 운전 중 졸다가 터널 안에서 정차해 있는 자동차 행렬을 발견하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들이박은 것이다. 이 사고로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연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사고 낸 운전자에게 과거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력이 있었던 사실도 밝혀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사들은 사고현장에서 가까스로 사고를 피한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서 촬영한 영상을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 반복되는 방송을 보는 내내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게다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고당시 영상의 잔영이 남아 며칠씩 잠을 설칠 만큼 힘들었다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언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정보화시대를 맞이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또 다른 홍수가 뉴스의 홍수이다. 각 언론사는 쏟아내는 뉴스 마다 독자나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노출시킨다. 독자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게 주목적이라기보다 시청률,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노출기술이 더 발달한 게 아닌지, 일종의 뉴스 포르노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불편하다.

하나의 대형 재해 재난이 발생하면, 그 현장을 수습하는 구급대원이나 경찰관 그리고 목격자, 나아가 시청자들은 일정한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그 자체가 충격일 수 있고, 사고를 수숩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가슴을 후비는 듯한’ 또는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의미가 담긴 그리스어가 어원이다.
 
이번 봉평터널 사고 뉴스를 다루면서 취재진이나 데스크에서 사고 피해자와 가족, 독자와 시청자들이 겪게 될 정신적 충격을 고민하며 노출 수위를 고민한 흔적들은 그리 많지 않다.

뉴스 보도 자체가 흉기가 될 수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언론보도권고지침’이다. 이는 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 그리고 한국자살예방센터가 합의해 만든 권고 지침으로 언론의 자살에 대한 보도행태가 모방자살을 줄인다는 통계적 확신에서 나온 합의였다. 즉 유명인 한사람의 자살보도를 조심하면 모방자살 6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의 힘에 비례한 책임을 생각한다. 달리는 관광버스가 소형차를 덮치는 장면보다 사고 원인을 부른 제도적 문제는 없었는지, 재발방지를 위해 우리 사회에 던진 교훈은 무엇인지, 뉴스로 인해 상처받게 될 독자는 없는지 또는 이를 방지할 대책은 무엇인지 각 데스크의 답을 청한다. 뉴스가 포르노가 돼선 안 된다. /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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