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참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에 박수를...
[조영임칼럼] 참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에 박수를...
  • 온라인팀
  • 승인 2016.02.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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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한동안 ‘응답하라’ 시리즈가 우리의 복고DNA를 자극하였고, 특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바둑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한 것이 최근의 일이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17일 일본에서 조치훈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들을 상대로 각각 3점과 4점을 접바둑을 벌인 결과, 1승 1패를 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기서 뉴스의 주인공은 ‘택이’도 조치훈 9단도 아닌 접바둑에서 승리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돌바람’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이 아니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프로기사를 이긴 적이 있었다. 구글의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 출신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 다섯 차례 대국에서 모두 이겼었다.

이에 힘입어 구글 딥마인드는 올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프로기사와 대결을 벌일 예정이라고 하니 자못 기대된다.


인공지능 컴퓨터의 효시로 1936년 알랭튜링이 개발한 튜링머신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지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이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폰 노이만 형 컴퓨터가 되었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호모사피엔스, 즉 지혜를 가진 사람(man the wise)이라 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지능적인 작용들을 이해해 보려는 학문으로 인간의 지능을 기계가 갖출 수 있도록 하려는 데 목표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능이란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정의되는데, 이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고도의 지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지능은 우리에게는 매우 쉬우나 컴퓨터는 이것을 갖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우리는 듣고 말하고 보는 행동이 매우 쉬우나 컴퓨터가 이러한 능력을 지니기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며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힘든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까다롭고 어려운 이유는 인공지능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정신적 모델을 실세계로 구현하려는 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보면 인공지능의 성패는 인간의 뇌의 구성단위인 뉴런(neuron)을 어떻게 모델링하여 프로그램으로 구현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때의 중요한 핵심기술이 학습(learning)이고, 최근에는 복잡할수록 학습성능이 뛰어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새로운 첨단 IT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이다.

사실 그동안 인공지능은 1910년대 개념이 최초 등장한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과 흥망성쇠를 거듭하였다. 그만큼 인간의 뇌를 프로그래밍화 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실망과 좌절은 늘 인공지능의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적합한 영역은 어떤 절차적인 알고리즘이 존재하지 않고 휴리스틱(heuristic)한 방법만이 사용 가능한 영역, 소수의 전문가가 존재해 희소성이 있어서 필요하며 대중적이지 못한 영역, 주어진 데이터가 불확실성을 내포한 영역, 다양한 진단, 추론, 예측시스템 영역 등에 필요하다.

IT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동안 인공지능이 실력발휘 할 기회를 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바둑이야말로 휴리스틱하고 소수의 전문가가 존재하며 희소성이 있고 다양한 예측이 가능한 전형적인 인공지능 영역이다.

애초 튜링머신처럼 잘 짜여진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생동감 있는 똑똑한 인간 그 자체이다. 이세돌, 조치훈, 그리고 ‘택이’와 같은 프로기사들을 보면서 그 섬세함과 논리력, 추리력에서 감탄했듯이 이들을 옮겨 놓은듯한 똑똑한 기계와의 한판승부 역시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고 기술의 탁월함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이들 프로기사들이 없었다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탄생했을까 생각해보며, 인공지능보다 더 똑똑한 인간의 참(real) 지능의 위대함과 똑똑한 스마트 사회를 꿈꾸다가도 문득, 갈고닦지 않으면 인공지능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살짝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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