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육아일기]상전을 모시고 사는 몸종의 넋두리
[엄마육아일기]상전을 모시고 사는 몸종의 넋두리
  • 서정화
  • 승인 2013.01.31 11: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몸종이다.
상전의 부름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응해야 하는 나는 몸종이다.

상전은 오늘 아침도 몸종의 눈을 찌르며 잠을 방해한다.
그리고 냉장고와 밥통을 신나게 두드린다.
눈곱도 채 떼지 못한 몸종은 서둘러 아침밥을 대령한다.
아침밥이 맘에 안드시나보다. 입을 꽉 다문다.
고기반찬과 고깃국을 대령하란다.

밥을 겨우 드시고 나서는 디저트로 과일을 주문한다.
한파로 가격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딸기를 씻어 꼭지를 따고 접시에 다소곳이 담아낸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덕에 나는 상전이 딸기 10개 잡술 때 단 한 개라도 먹을 수 있길 기대한다.
눈치보다 결국 하나를 입에 넣어보려 하지만 꼭지 끝 하얀 부분만 맛을 본 후 나머지는 상전께 대령한다.

식사가 끝나자 간식을 주문한다.
다행히 먹다가 남긴 음식은 억지로 입에 넣어주시는 덕분에 허기진 내 속도 달랠 수 있다.

금세 정오다.
잠 준비를 위한 침상을 준비한다.
잠들기 전에는 등을 긁어드리거나 머리 마사지가 필수다.
때로는 콧속을 시원하게 해 달라며 내 손가락을 가져가 콧물 범벅을 만들기도 한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기저귀 속도 확인해야 한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는다.

상전이 가고 싶은 곳은 불이 꺼져 있으면 불을 켜 드려야 하고, 노래가 듣고 싶으면 재빠르게 틀어드려야 한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 “으샤으샤~” “잘한다~ 우훗” 등의 추임새도 빼먹으면 안 된다.
책을 가져오면 즉흥적인 대사도 만들어 노래를 섞어 이야기꾼이 돼야 한다.

자유가 있으되 허락지 않는 상전의 요구는 끊임없다.

그래도 몸종은 웃는다.

 

 

엄마육아일기 주인공 서정화는…

2005년 시민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경기신문과 뉴시스 경기남부본부에서 근무했다.
결혼을 하며 전업주부를 선언, 2011년 첫 아들을 낳았고 2013년 6월 둘째를 출산할 예정이다.
강호순 사건, 쌍용차 사태 등 현장 근무가 육아보다는 쉬웠다고 절실히 느끼는 초보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