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가는 기차 안에서의 시간, 근로시간인가요?” 노무사로 일하다 보면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정의를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판단 기준과 대표 사례를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근로시간을 산정할 때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대법원은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 휴식시간, 수면시간이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본다. 구체적인 판단은 업종이나 업무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별로 이루어진다.
근로시간 판단 기준
1. 근로계약의 내용
2.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의 규정
3.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
4.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인 업무 수행 방식
5.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감독 여부
6.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7.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인정할만한 사정의 유무 및 그 정도
자주 묻는 시간 유형
1. 대기시간: 일이 없어 쉬고 있더라도 호출이 오면 즉시 일해야 하고 자리를 뜰 수 없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대기하지만 장소와 활동이 자유롭고 호출 의무가 약하다면 휴게시간에 가깝다. 운전직, 경비직, 콜센터처럼 업무 특성상 대기가 구조화된 직종에서 자주 다툼이 발생한다.
2. 휴게시간: 휴게는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점심시간에 전화를 받게 하거나 지휘감독 아래 자리를 지키게 하면 그 시간은 휴게가 아니라 근로시간이 된다.
3. 준비·정리시간: 작업복 환복, 조회, 장비 점검이 사용자의 지시로 이루어지거나 사실상 의무라면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
4. 교육·회식: 업무와 관련된 법정 교육이나 필수 교육이라면 근로시간이지만, 참석이 자유로운 자기계발 교육은 아니다. 회식은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이 아니지만, 사실상 참석이 강제되고 업무 성격이 강하면 달리 볼 여지가 있다.
5. 이동시간: 출퇴근 시간은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이 아니다. 반면 업무 수행 중의 이동이나 출장 이동은 사안에 따라 근로시간으로 인정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간주근로시간제(제58조)가 문제 될 수 있다.
6. 수면·숙직시간: 야간 당직처럼 수면이 보장되는 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려면 실제로 업무가 거의 없고 수면이 가능해야 한다.
이처럼 근로시간은 그 명칭이 아닌 실제 근무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시간에 관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주는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시업·종업과 휴게시간을 구체적으로 적고, 휴게시간에는 업무에서 실제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업무 지시와 구속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출퇴근 기록, 업무 메시지, 운행·작업 일지, 동료 진술 등을 확보해야 한다.
근로시간은 ‘일한 시간’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인 시간’이다. 휴게시간처럼 이름이 붙은 시간도, 일이 없는 대기시간도 실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 사업주는 시간 관리를 문서와 현장에서 일치시키고, 근로자는 자신의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실제 근무와 다른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하슬린 노무사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국제개발협력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