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숨 깊어지는 ‘초등돌봄교실’과 ‘사교육’ 그리고 ‘저출산’
[기자수첩] 한숨 깊어지는 ‘초등돌봄교실’과 ‘사교육’ 그리고 ‘저출산’
  • 장선희 기자
  • 승인 2023.04.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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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
장선희 기자

[베이비타임즈=장선희 기자] 맞벌이 부모가 육아휴직과 퇴사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시기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즌이다. 어린이집·유치원 때와 달리 이른 하교 시간으로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해 초등학생 상당수가 방과 후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며 사교육 돌봄을 받는 풍경은 이미 익숙하다. 

학교 정문 앞에는 1시 전후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데려가는 학원 차량이 줄을 잇는다. 오후 2시 태권도, 오후 3시 피아노, 4시 영어, 5시 미술학원 등등.. 많은 맞벌이 부부 아이들은 요일별로 테트리스 맞추듯 자녀의 스케줄을 짜는 ‘돌봄 테트리스’를 시작한다. 

학원에서 학원으로, 또 다른 학원에서 학원으로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니 태권도는 저학년 엄마들 사이에서 가성비와 서비스가 좋은 필수 학원으로 꼽힌다.

이는 부모와 아이의 선택인 경우도 있지만 성적 욕심이 아닌 돌봄 공백을 메꾸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꽤 많다. 방학이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돌봄 테트리스’를 짜맞춰야 하는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0년~2022년까지 3년간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관련한 민원을 분석한 결과, 2020년 2228건, 2021년 2530건, 2022년 324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표적 민원 내용은 돌봄교실 탈락에 따른 증설 요청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돌봄교실 신청 인원은 약30만5천명이지만 수용 인원은 약29만명이었기 때문이다.

돌봄교실은 학교 교과과정 이후 학교에서 아이들을 전담해 돌봐주는 프로그램으로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맞벌이 가정 등만 신청 가능했으나 교육부는 올해 ‘늘봄학교(전일제 학교)’로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늘리고 돌봄을 원하는 초등학생 수요를 모두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시간의 돌봄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돌봄교실 공급이 적어 입실하는 것도 운이 좋아야 하지만 막상 돌봄교실에 당첨됐다고 해도 부모의 고심은 또 깊어진다. 

말그대로 현재의 돌봄교실은 보육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가 지루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서’, ‘아이가 방치되어 있어서’, ‘시간만 떼우게 하는 것이 아이한테 미안해서’ 또 다시 보육이 아닌 교육을 찾아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돌봄교실 이용은 좋지만 아이도 부모도 돌봄 서비스 질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26조원을 기록했다며 교육부가 10년 만에 사교육 경감 대책에 나선다고 했다.

영어, 수학, 태권도, 피아노, 미술 등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원비는 과목별로 15만원~20만원 선이 평균이다. 공교육과 방과 후 교육, 돌봄교실이 알차게 이루어진다면 등골 휘는 학원 교육을 원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맞벌이 부부의 돌봄 확충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돌봄의 수요만 늘릴 것이 아니라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시간에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질 높은 돌봄 교육정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없다면 헛돈만 쓸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에서 아이 키우는 것을 지옥같다고 표현해 ‘헬(Hell)조선’에 ‘헬(Hell)육아’라는 말도 등장한 지 오래다. 이는 불안한 사회구조와 자녀를 둔 부모들의 처참한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는 말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은 이미 아이를 낳아 기르기 두려운 세상이 되었고 오늘날 저출산 위기라는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까.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질 높은 공교육과 돌봄교실의 내실화에 있다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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