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방과후 학교에 대한 생각
[교육칼럼] 방과후 학교에 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11.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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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학생들의 하교 시간은 학년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고학년은 주로 6교시가 끝난 후 하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하교 시간이 지났음에도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한테 마술, 바둑 등을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필자의 학교는 11월 1일부터 학교 체육관 입구에서 학생들이 방과후 교실을 통해 학습한 것들을 포스터화하여 전시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전시회를 보면서 방과후 교실에 관심을 가졌고, 방과후 교실을 한 학생들이 구경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것을 자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과목을 보면 매우 다양하고 각 분야에 대해 양질의 교육적 경험을 제공한다. 마술, 바둑, 체스 등 학생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으며,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강사들이 와서 직접 학생들에게 지도한다. 학생들은 전문가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필자도 초등학교 다닐 적에 하모니카를 학교에서 방과후 시간에 2년 정도 배웠었다. 방과후 학교에서 하모니카를 가르쳐주신 분도 전문적으로 하모니카를 연주하시는 분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기본적인 트레몰로 하모니카 1개로만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 하모니카, 베이스 하모니카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하모니카를 배우면서 음악 축제에서 공연도 했고, 교육지원청 행사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연한 적도 있다. 지금도 여가시간에 종종 방과후 학교에서 배운 하모니카를 불곤 한다. 그때 같이 배웠던 친구 중 한 명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계속 하모니카를 배워 현재 유명한 하모니카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은 아직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개인 SNS가 발달하기 전이라 인터넷에 개인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필자도 방과후 활동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법을 배웠었다.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든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당시에 만든 홈페이지의 주소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홈페이지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친구들이 만든 홈페이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거웠었다.

당시 정규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홈페이지 만드는 것을 배우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 중학교에 입학한 후 정규 교과인 컴퓨터 시간에서도 홈페이지 만드는 것을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육을 통해서 당시 흐름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수업이 끝난 후 가끔 학교 운동장을 보면, 방과후 강사 선생님의 전문적인 지도 아래 학생들이 티볼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참여하는 학생들의 학년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4학년에서 6학년에 이르는 학생들이 같이 모여서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티볼은 5학년 때 나온다. 5학년 체육의 도전 영역에서 배우는 운동 중 하나이다. 5학년 때 배우는 도전 영역은 티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먹 야구, 발야구 등 여러 운동이 속해있다. 때문에 교육 여건상 정규 교육과정에서 티볼에 대해 자세히 배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방과후 학교에서는 학생이 원하는 것을 매주 좀 더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실제로 티볼을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매우 밝다.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적은 내용만이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방과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바로 방과후 교육의 장점이다.

초등학교는 담임 교사가 전 과목을 지도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학생들에게 학습 요소를 지도해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과정에 제시된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할 때도 있다, 주어진 시간에 진도를 맞추다 보면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 내용을 다루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를 대신하여 방과후 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방과후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관심 있던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배우면서 학교생활에 활력을 찾을 수 있으며, 자신의 미래를 결정 짓는 특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들이 정규수업이 없어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도 방과후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토요일에는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방과후 학교가 정상화된 것조차 오래되지 않았다.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학교에서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방과후 학교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 강사에게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운영 및 관리하는 교사에게 있어 많이 부담스러운 업무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방과후 학교가 더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 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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