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OECD 최하위’...대한민국 인구가 사라진다
출산율 ‘OECD 최하위’...대한민국 인구가 사라진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9.26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입 예산 늘린다고 출산율 오르지 않아
중앙정부·지자체, 부처 간 협력 중요하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쇼크 대한민국 소멸위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청년 패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쇼크 대한민국 소멸위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청년 패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인구 감소 문제다. 합계출산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고, 고령화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첫 아이를 낳는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OECD는 ‘2022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초산 평균 연령은 지난 1993년 26.23세였지만 2020년 32.30세로 6.07세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이 24.4세에서 27.1세로 2.7세 오르고 영국이 25.8세에서 29.1세로 3.3세, 노르웨이가 26.0세에서 29.9세로 3.9세 오른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한 2020년 기준 한국의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사상 최초로 20만명대까지 내려왔다.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이보다도 낮은 0.75명을 기록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 사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흐름이기도 하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1.64명, 영국은 1.56명, 노르웨이는 1.48명, 일본은 1.33명을 기록하는 등 전부 20년 전보다 하락세를 보인다. 문제는 이들 국가에서보다 한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폭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구 감소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범국민 저출산 생명존중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직속 위원회로 두고 다양한 전문가와 청년 등 저출산 문제 당사자들이 참여해 ‘인구 감소’를 넘은 ‘인구 소멸’의 해법을 찾아보자는 주장이다.

이날 양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 인구위기에 제대로 대응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5년에서 10년 후에 나타난다”며 “지금까지 인구정책의 틀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기대 의원실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인구쇼크 대한민국 소멸위기, 사라지는 한국 해법은 있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양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지금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 1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 국가의 존망,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고려할 때 반드시 우리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력과 소비, 투자가 줄어들고 의료비와 연금 등 복지 비용은 크게 늘어난다”며 “다양한 의견이 더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저출산 대책을 다루는 범정부적인 주체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양기대의원실 제공)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양기대의원실 제공)

◆ 인구문제, 단순 접근 어려워...부처 간 협력 중요해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한 서형수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산 문제도 곧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라며 “현 정부가 교육 정책과 부동산 정책 자체를 올곧게 제시하고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 전 부위원장은 단순히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 부위원장은 “싱가포르는 매년 출산 장려 정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지만 오히려 합계출산율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싱가포르가 지난 2017년 투입한 가족 지원 정책 예산은 2001년 예산보다 약 다섯 배 많다. 그러나 2001년 1.41명이었던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1.02명으로 떨어졌다는 게 서 전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3국’도 마찬가지다. 이 세 나라도 2010년 이후에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서 전 부위원장은 “인구 문제라는 것이 결국 한 가지 측면만 가지고 접근할 수 없다는 이야기”라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향후 10년 이내에 부모 세대 인구 규모가 크게 줄고 고령화율이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하되 적절한 시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로 참여한 김택환 경기대학교 교수는 저출산 극복방안으로 ▲대통령직속·국회 특별위원회 구성 ▲여성가족부를 가족어린여성부로 전환 ▲국가권력기관·대기업본사의 지방 이전 ▲과감한 투자와 맞춤형 지원 등을 제안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여한 강동수 인구위기대응 TF 위원은 인구정책 시행의 핵심은 거버넌스 갈등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은 “예를 들어 경력단절여성 문제만 보더라도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등이 협력해야 하는데, 각 부처가 자기네 예산 집행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보니 정책 자체의 질은 뒤로 밀리게 된다”며 “기획과 실행이 담보되는 방식으로의 거버넌스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양기대 의원을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양기대 의원실 제공)
양기대 의원(사진 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양기대 의원실 제공)

◆ 인구 정책 당사자, 2030 세대 의견은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인구문제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의 의견도 함께 나왔다. 자신을 IT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30대 박지웅 씨는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미 자녀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결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정부 정책을 보면 이미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어떻게 하면 아이를 많이 낳게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면서 “사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미 집이라든지 아이를 낳는 문제까지 같이 논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할 수 있게끔 하는 정책이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주택 제도에 대해서도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단순히 청약에서의 신혼부부 비율을 늘리거나 공공주택을 늘리는 것에서 좀 더 확장해 그 공공주택을 ‘신혼부부 타운’으로 만드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며 “신혼부부들이 살고 싶어하고, 저렴한 임대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청년 패널로 참여한 박수빈 씨는 “인구 정책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가임 여성이나 생산 가능 인구 등의 단어를 들었을 때 좀 더 거리감이 느껴진다”며 “인간을 도구화하는 듯한 단어는 지양하고 휴머니즘적인 관점을 적용해 인구정책에 사용되는 단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유아 관련 정책도 있고 대학에 집중된 정책도 있는데 정착 초·중·고를 지내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부각이 덜 되고 있다고 느꼈다”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도 부모의 교육이나 돌봄이 꼭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초·중·고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