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해외서 잇따른 ‘호평’...돌풍 요인은?
현대차·기아, 해외서 잇따른 ‘호평’...돌풍 요인은?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2.03.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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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올해의 차’ 등 저명 언론 수상 ‘싹쓸이’
전기차 시장 전환에 큰 성장 동력원 얻나
V2L 기능을 탑재한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V2L 기능을 탑재한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현대차·기아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바뀌었다.

과거 현대차·기아의 차량은 미국 및 유럽에서 조롱의 대상이었다. 영국의 유명 방송인이자 널리 알려진 자동차 프로그램의 호스트였던 ‘제레미 클락슨’은 지난 2004년 유명 자동차 프로그램인 ‘탑기어 BBC’에서 “그들은 자동차를 마치 가전제품 만들 듯이 한다”며 “거기에는 영혼도 열정도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혹평했다. 물론 그의 기행과 독설이 어느 정도는 연출된 것일 수는 있지만 이러한 평은 당시 해외에서 현대차 및 기아의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했는지 알려준다.

이 외에도 자동차 관련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 시리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인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에서는 작중 ‘한(성강 역)’이 주인공에게 차량을 마련해주며 “내가 너에게 현대차라도 몰게 할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등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현대차·기아에 대한 평은 박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현대차·기아에 대한 평은 마치 상전벽해와도 같이 변했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 JD Power, 영국의 Driver Power, 프랑스의 L’Automovile Magazine 등 해외 각국의 미디어에서 품질과 소비자 만족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서 말한 영국 BBC의 탑기어도 23번째 시즌에서 현대의 i30N을 소개하면서 시종일관 극찬했다.

 

현대자동차가 영국 탑기어 '올해의 자동차회사'와 '올해의 차'에 동시 선정됐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영국 탑기어 '올해의 자동차회사'와 '올해의 차'에 동시 선정됐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최근의 사례들만 살펴보더라도 지난 2월에는 기아가 미국 JD Power 내구품질조사에서 전체 1위를 달성했으며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아이오닉 5, 투싼, GV80은 독일 ‘아우토빌트(Auto Bild)’에서 최고의 수입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아이오닉 5의 경우 지난 2021년 11월에는 ‘2022 독일 올해의 차’에 선정되고 영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익스프레스(Auto Express)’의 뉴 카 어워드에서 ‘2021 올해의 차’, ‘중형 업무용 차’, ‘프리미엄 전기차’ 등 3개 부문을 휩쓰는 등 유럽 내에서도 최고의 전기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2022 영국 올해의 차’로 최종 선정되면서 그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형제차인 기아의 EV6 역시 2022년 유럽 올해의 차 후보에 오른데 이어 쟁쟁한 경쟁 상대들을 제치고 한국 브랜드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의 중심에 서있다.

이러한 현대차·기아의 변화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존재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몇가지를 꼽는다면 그동안 현대차·기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감성’의 추가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의 기술력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과거 해외에서 현대차·기아에 박한 평을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기아가 그보다 앞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혼다, 토요타 등 일본 기업에 비해 특출나게 뛰어난 장점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 호황에 맞물려 뛰어난 기술과 함께 ‘JDM’이라는 장르까지 만들어냈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비해 가격과 성능, 감성적인 면에서 현대차·기아만의 특장점이 없었으며 그나마 경쟁력으로 꼽던 가격 면에서도 오히려 ‘싼 맛에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가져가게 되면서 시장에서 바라보던 눈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 내부 부품 및 소재까지 점차 자체적으로 독자 개발·생산하면서 독자적인 자동차 관련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했고 여기에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디자인 면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알버트 비어만을 위시한 기술개발진을 통해 현대차·기아의 약점으로 손꼽히던 고성능 차량 면에서도 독일 차량들의 성능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따라잡는 등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이러한 점들이 맞물리면서 기존 현대자동차그룹 전반의 이미지가 사뭇 다른 방향으로 개선됐고, 해외 소비자들이 현대차·기아에 호평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유럽 기자들만이 아니다. 기자의 지인 역시 아이오닉 5를 운전해보며 “전에 내가 알던 현대차와는 확실히 움직임이 다르다”며 “고속주행 시에도 낮은 무게중심 덕에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겉에서 보는 것보다 실내 공간도 넓어서 실생활에서 사용할 때 편리하다”며 칭찬했다.

E-GMP 플랫폼은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작해 약 18분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초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로 E-GMP에서는 초급속 배터리 충전을 위해 충전시 배터리를 포함한 차의 각종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존의 50~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도 적용하면서 별도의 어댑터를 장착하지 않고도 다양한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E-pit'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의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 'E-pit'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러한 빠른 충전 능력이 유럽 자동차 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우토자이퉁’은 “아이오닉 5는 현대차그룹의 E-GMP가 적용돼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며 “주행 안정성과 경제성은 최고 수준이며 뛰어난 운전 재미까지 제공해 최신 크로스오버 전기차 사이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EV6에 대해서는 “고객 친화적인 전기차다. 특히 20분 내로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EV6의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은 최상의 충전 성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2022 유럽 올해의 차에 오른 EV6에 대한 심사평에서도 “EV6는 스포티한 주행 감각, 단단한 서스펜션, 긴 주행 가능 거리, 탁월한 800V 초급속 충전 시스템, 넓은 공간, V2L 기능 등을 갖고 있다”며 E-GMP의 초급속 충전 시스템에 대한 호평했다.

아이오닉 5와 EV6는 현대차그룹이 선보일 혁신적인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는 더욱 다채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차의 목표 성능과 차급에 따라 전기 모터의 배치(2WD & 4WD)와 배터리의 확장 여부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E-GMP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형부터 대형 차급에 이르는 전기차를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각 11종, 6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며,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 도합 307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신차 판매량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 전기차 시대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서 현대차그룹이 어떠한 호평을 받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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