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태아 산재’ 인정 산재보험법 개정안 통과
[사람과 법률] ‘태아 산재’ 인정 산재보험법 개정안 통과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12.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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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2월 2일 국회는 ‘태아 산재’를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태아 산재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 중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태아(자녀)가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난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2020년에 태아 산재 인정

2009년부터 2010년에 걸쳐 제주 의료원에서는 유해성분의 약가루를 흡입한 임신 간호사 중 8명이 유산을 하고, 4명은 출산을 했으나 자녀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이 중 8명의 간호사는 태아와 출산아의 건강 손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산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유산 간호사 4명에 대해서는 산재를 인정했지만,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게 된 자녀 4명에 대해서는 산재를 불인정했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 당사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오랜 다툼 끝에 2020년 대법원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업무에 기인한 사정으로 임신한 여성 근로자와 한 몸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그로써 이미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가 있었다고 평가함이 정당하다”,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는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6두41071 판결, 2020.04.29. 선고).

그러나 이 판결 이후에도 근로복지공단은 태아 산재 신청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 이유는 산재보험법상 근로자 본인이 아닌 자녀의 건강 손상에 대한 보상 근거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재보험법, 건강손상자녀 특례 신설

이에 업무상 사유로 건강이 손상된 자녀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및 보험급여에 관한 사항 등을 새로이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5건의 산재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최종적으로 통과된 법률안의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보험급여 특례’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업무상 사고 ▲출퇴근 재해 ▲유해인자의 취급·노출로 인하여 출산한 자녀가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법률안 제91조의12 본문)

둘째, 출산한 자녀(건강손상자녀)는 산재보험법을 적용할 때 해당 업무상 재해의 사유가 발생한 당시 임신한 근로자가 속한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법률안 제91조의12 단서) 따라서 근로자로서 산재보험급여 청구권이 인정된다.

정리해보면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업무상 재해로 임신 중 건강이 손상된 자녀도 산재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장례비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뒤 시행될 예정이다.

법 시행 이전 발생한 태아 산재 보상은?

법은 시행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나 국민의 신뢰 보호와 중대한 공익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시행일 이전에 거슬러 미치게 하는 소급(遡及) 적용도 허용된다. 이번 산재보험법 개정안도 이러한 소급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개정된 내용을 법 시행일 이후에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함을 원칙으로 하되, 법 시행일 이전에 ▲보험급여 지급 관련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거나 ▲보험급여 지급 청구를 한 경우 등에는 법 시행일 이전에 출생한 자녀에게도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다(부칙 제2조).

이에 제주 의료원 사건도 소급 적용되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몇 년 동안 태아 산재를 주장해 온 반도체 업무 종사자들의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산재 신청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유해인자’ 인과관계 문제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도 있다. 건강손상자녀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 중 업무상 사고, 출퇴근 재해와 달리 ‘유해인자의 취급·노출’의 경우 일반 근로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또한 개정 산재보험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한정하고 있어, 대통령령(시행령)에서 정하지 않은 유해인자의 경우 산재 인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아버지 측 유해인자의 취급·노출로 인한 건강손상자녀의 문제도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공장 엔지니어로 일했던 한 아버지는 자녀의 차지증후군(선천 기병, 변형 및 염색체 이상)에 대해 산재를 신청했다.

그는 ‘이소프로필알코올’이라는 생식독성 물질로 검사 설비를 세척하는 일을 했다. 이 물질은 임신율을 낮추고 태아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다. 그러나 개정 산재보험법은 “임신 중인 근로자”와 “그 출산한 자녀”라 하여 어머니 측의 유해인자 취급·노출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글을 맺으며 지난 1월 칼럼 ‘일하는 여성의 모성 기능 보호를 위한 법률’ 기고에서 태아 산재와 함께 유산, 불임 산재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그때도 그러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관련 법 및 제도들이 정비되어 업무상 재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오혜미 연구위원 프로필>
- 現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근무
- 저서: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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