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은 왜 욕을 할까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은 왜 욕을 할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12.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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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요즘 우리 주변에는 어느 정도로 ‘욕하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생겼다. 아이들은 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고, 카톡이나 SNS에서 친구들과의 대화에 욕이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막말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기고 보니 막말이나 욕하는 언행에 대해 모두가 둔감해져 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가정에까지 퍼져 자녀에게 욕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거나 욕하면 안 되는 이유 3가지

① 욕하면 아이 뇌에 멍이 들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② 아이의 어휘력이 떨어지고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

③ 아이는 불안하고 우울하며 소심한 성격으로 자라게 된다.

부모들은 항상 ‘아이가 대들고 반항해요’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아요’라고 호소한다. 사실 아이들은 항상 잘못을 저지르고 다닌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가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는 문제 삼지 않는다.

부모들이 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아이들 귀에 거슬리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반감을 일으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먼저 고함지르거나 말로 위협하거나, 잘못한 일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춰 비판한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려고 그러니” “그러다 사람 되겠니” 하며 인신공격을 한다. 더 심각한 경우는 아이들의 가슴에 독화살과 같은 상처를 입히는 욕을 하는 것이다.

욕에 노출되면 우리 뇌와 신체, 그리고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린 시절 욕을 들으면 뇌에 멍이 든다. 어린 시절 부모나 교사, 친구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들의 뇌를 조사해보니 뇌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 욕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언어폭력을 당하지 않은 아이에 비해 ‘뇌량’과 ‘해마’ 부위가 위축되어 있었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곳으로 뇌량이 위축되면 어휘력이 떨어지고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손상되면 불안감과 우울감, 그리고 소외감을 많이 느끼게 되고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으로 자라게 된다.

특히 뇌가 폭발적으로 자라는 영유아기에 받은 언어폭력(버럭 소리 지르기, 욕하기)의 상처는 뇌가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 시기에 받은 언어폭력은 ‘학습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한다’는 뇌의 학습원칙에 따라 아이들은 언어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욕하는 폭력적인 언어 습관이 생기게 된다. 자라서도 욕하는 어른이 되고 자신의 아이에게도 욕하는 부모가 되어 ‘욕하기의 대물림’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욕하는 심리

아이들은 왜 욕을 하는 것일까?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대개 초등학교 때 욕하기 시작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계기에 대해 물어보면 처음에는 친구가 하는 말을 호기심에 따라 해보다가 왠지 멋있는 것 같고 욕하고 나면 화풀이가 되는 것 같아서 계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유튜브를 통해 욕을 배웠다고 하는 아이들도 많다.

일단 아이가 욕을 한다면, 아이가 욕을 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1. 의미도 모르고 친구에게 배워서 하는 경우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욕하기를 친구에게 배우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욕하기를 배우는 경우도 있다. 말은 모방성이 강해서 새로운 말을 듣게 되면 써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말에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반응을 보이면 재미있다고 느껴 욕하게 된다.

2. 화나 분노 등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욕을 하는 경우

아이들은 자라면서 욕하기가 자신의 화나 분노를 상대에게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친구와 다투거나 불만이 생겼을 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욕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평과 불만 등 부정적인 감정 말로 내뱉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시원해지고 때로는 흥분되고 짜릿하기까지 하다.

3. 싫다는 표현으로 하는 경우

미운 세 살과 5~6세 아이들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반항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성장 발달 단계라고 봐야 하지만 친구나 부모와의 대화에서 욕하기가 많아진다면 아이들이 자신의 불만에 대한 의사 표현의 한 방법으로 욕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4. 주변의 반응을 보기 위해 하는 경우

혼자서 몰래 욕을 중얼거리던 아이들이 부모에게 욕과 반말을 하고 소리까지 지른다면 부모의 양육 태도도 점검해봐야 한다. 부모의 말이 혹시 아이에게 끊임없는 잔소리와 짜증으로 전달되지는 않았는지 부모가 자신의 태도를 살펴봐야 한다.

5. 뚜렛증후군(만성 틱 장애)으로 욕하는 경우

질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욕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보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지저분하다’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머릿속으로만 하고 말로는 표현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런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뚱땡이’라고 말해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뚜렛증후군’ 아이들은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노골적이고 모욕적인 욕설을 그 즉시 말로 뱉어낸다.

 

욕하는 아이 돕는 방법

1. 욕 대신 다른 말 넣기 훈련: 평소 욕을 습관적으로 한다면 욕 대신 할 다른 말을 찾아 그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2. 일부러 욕 많이 하기: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정해진 시간에 평소에 하지 않았던 욕설까지 찾아서 일부러 많이 하게 해본다. 부모와 함께 욕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이후에는 욕하고 싶은 마음을 줄이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3. 무조건 존댓말 하기: 말하는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존댓말을 함으로써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존댓말을 했을 때 나 자신이 상대에 대해 어떤 느낌 드는지를 경험해본다. 부모가 모범이 되어 가정에서 서로 존댓말 하는 것도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존댓말 쓰기야말로 듣는 사람이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훌륭한 말하기 방법이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말하기를 시작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집안에서 부부 사이에 존댓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존댓말에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함의가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존댓말 쓰기는 자녀에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 줄 수 있는 훌륭한 인성교육이 될 수 있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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