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글에 과징금 2074억원 부과...OS 갑질에 ‘철퇴’
공정위, 구글에 과징금 2074억원 부과...OS 갑질에 ‘철퇴’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9.14 14: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바일 시장과 스마트기기 분야에서 혁신 저해"
플랫폼사업자 독점적 지위에 경고...향후 어떤 영향?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가 구글에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향후 산업 전반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기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변형 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 구글의 행위가 ‘시장진입 방해’와 ‘혁신 저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구글은 기기 제조사와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OS 사전접근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편화금지계약(Anti-fragmentation Agreement, 이하 ‘AFA’)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강제해왔다. 앞의 두 계약이 앱 활용과 소스코드 활용을 위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구글과 계약하는 기기 제조사는 AFA도 울며 겨자 먹기로 체결해야만 했다.

AFA는 기기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포크 OS를 탑재하거나, 기기제조사가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게 하는 계약이다. 포크 OS는 안드로이드 OS를 변형해 만드는 OS를 통칭하는 말이다. 구글은 그동안 개발자들을 안드로이드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소스코드를 공개해왔고, 공개한 소스코드를 활용해 누구나 포크 OS를 만들 수 있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사진 왼쪽)와 오픈소스를 변형시켜 만든 포크 OS.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구글 안드로이드 OS(사진 왼쪽)와 오픈소스를 변형시켜 만든 포크 OS.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그러나 구글은 AFA 계약을 활용해 자사와 계약을 맺은 기기 제조사가 포크 OS 탑재 기기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모바일 기기를 만들면 자동적으로 안드로이드 OS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물론 자체 OS 개발과 탑재에 나선 회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이용해 ‘파이어 OS’를 개발하고 스마트 모바일 OS 시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2013년 스마트 시계인 ‘갤럭시 기어1’을 출시했을 때 자체 포크 OS를 개발해 탑재하려 했으나 구글이 AFA 위반이라고 위협하자 포기해야 했다.

이 밖에도 알리바바와 LG전자 등도 구글과의 AFA 계약 때문에 포크 OS를 시도하려다가 가로막힌 바 있다.

게다가 AFA는 기기 제조사가 포크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기 위한 앱 개발 도구 등을 제3자에 배포하는 것도 금지했다. 즉, 포크 OS가 개발되거나 포크 기기가 출시되더라도 포크용 앱 개발까지 제한하는 ‘이중 잠금장치’ 기능을 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명백한 경쟁제한 행위라고 봤다.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타 스마트기기 OS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고 본 것이다.

우선 모바일 분야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구글이 전 세계 주요 기기 제조사와 체결한 AFA 비율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87%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OS의 유력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포크 OS는 모두 시장 진입에 실패했고, 모바일 분야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7%를 기록했다.

AFA 체결 기기제조사의 시장 점유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AFA 체결 기기제조사의 시장 점유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기타 스마트기기 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조사가 기기를 출시하기 전에 모든 기기와 사양을 사전에 통제해 다양성과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설명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구글은 제품 출시 전 개발 단계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했다”면서 “심지어 자신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까지도 포크 OS가 선점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구글에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및 OS 사전접근권과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앱 마켓과 OS 생태계에서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본 것이다.

또한 국내 제조사는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포크 기기를 출시할 수 있도록 했고, 해외 제조사는 국내 출시 기기에 대해 포크 기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조 위원장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달 들어 금융당국을 비롯해 플랫폼사업자를 향한 규제 이슈가 연이어 화제가 되는 가운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향후 플랫폼 사업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