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마의 어휘력' 표유진 작가, "사랑 표현으로 정체성을 심어주세요"
[인터뷰] '엄마의 어휘력' 표유진 작가, "사랑 표현으로 정체성을 심어주세요"
  • 구미라 기자
  • 승인 2021.09.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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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기억은 ‘암묵’으로 무의식에 남아 있을 뿐 사라지지 않아
발달 단계별로 엄마와 아기가 같이 보면 좋을 책들 100권 소개도
'엄마의 어휘력'의 저자 표유진 작가 (사진=그림책숲 제공)
'엄마의 어휘력'의 저자 표유진 작가 (사진=그림책숲 제공)

[베이비타임즈=구미라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그림책숲’에서 ‘엄마의 어휘력’의 저자이자 그림책숲의 운영자인 표유진 작가를 만나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법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표유진 작가는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사랑하고 있고 잘됐으면 좋겠고 하지만 표현에 서투른 부모들에게 이 책 ‘엄마의 어휘력’을 권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잘 전달하는 다양한 표현은 결국에는 아이 스스로 본인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마땅히 사랑받을 존재인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된다. 단순히 ‘사랑해’, ‘너를 믿어’, ‘응원해’라고 하면 아이가 알아 듣지 못한다. 이러한 말에 앞뒤 상황들을 붙여서 아이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표현들을 통해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표 작가가 ‘엄마의 어휘력’을 집필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표유진 작가가 부모교육이나 가족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부모들이 실제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를 향한 사랑은 어느 부모나 같은데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이런 계기로 탄생한 ‘엄마의 어휘력’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아이에 대한 사랑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걸 당연히 알겠지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 표현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존재 역시 부모의 말을 통해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는 살아온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의 말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의지하게 된다.  

표 작가는 이 책 ‘엄마의 어휘력’의 집필 동기 역시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궁금해 했으면 좋겠고 자연스럽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한다. ‘엄마의 어휘력’이 부모의 사랑과 세상을 만나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잘 전하고픈 엄마 아빠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림책숲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표유진 작가 (사진=그림책숲 제공)
그림책숲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표유진 작가 (사진=그림책숲 제공)

표 작가는 유치원에 다니는 작가의 아이가 교우관계에 적응하지 못하자 이를테면 ‘마음 주머니’를 예로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식이다. 

“마음 주머니에는 너만의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이 있어, 특별한 점들이고 엄마 눈에는 그 특별한 구슬들이 보이는데 네가 마음 주머니를 묶어두고 있어. 그 마음 주머니를  열고 그 구슬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어때?” 하고 말한다. 
 
교우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때 “네가 먼저 말을 걸어봐”라고 하면 아이가 구석으로 몰리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엄마는 다 보여”라며 마음 주머니라는 비유를 통하면 아이가 보다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어휘력’은 세상의 모든 아이가 얼마나 특별한지 부모가 얼마나 아이를 믿는지를 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랫동안 어린이 책 편집자 겸 아동심리치료사로 활동한 표유진 작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기도 하다.  

특히 0세부터 7세까지 영유아를 키우는 양육자들을 위한 책으로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따라 부모가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다양한 표현들과 놀이 그리고 함께 보면 좋을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아이의 감정이나 부족한 표현들을 보다 다양하고 즉각적인 언어로 확장시켜 줄 수 있는 부모의 말을 표유진 작가와 아이의 일상을 예로 들며 소개하고 있어 더욱 읽기에 수월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아이에게 이런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거나 혹은 이렇게 훈육을 해야 한다는 등의 방법론적이 접근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하는 언어나 아이의 질문에 다채로운 상상력과 따뜻한 애정을 담아 답해 주는 법 등이 담겨 있다. 

그림책숲 (사진=그림책숲 제공)
그림책숲 (사진=그림책숲 제공)

이 책 ‘엄마의 어휘력’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주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책에 ‘마음 약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의 기억은 ‘암묵 기억’으로 무의식에 남아 있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성인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 완화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표 작가가 책에서 담은 여러 이야기들은 결국 아이가 성인이 되어 힘들거나 슬플 때, 외로울 때 등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 유년기 엄마와 나눈 수많은 말들이 따뜻한 온기가 되어 아이에게 힘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그걸 표 작가는 마음의 비타민을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마음 약국’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아이들의 마음 약국에 다정한 엄마의 말이 소복소복 따뜻하게 쌓이기를 바랐다. 

‘엄마의 어휘력’은 오랫동안 어린이 책 편집자로서 일했던 작가의 이력답게 발달 단계별로 아기에게 필요한 책, 엄마와 아기가 같이 보면 좋을 책들이 대략 100권 소개되고 있다. 

그중 발달 단계별로 대표적인 책을 소개하면 0~18개월은 스킨십을 유도하는 시기로 ‘내 몸이 말해요’, 18~36개월은 감각이 발달하는 시기로 ‘소리산책’을 추천했다. 3~5세는 왜? 묻는 시기인데, 이때는 아이의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아빠 나한테 물어봐’를 권했다. 

4~6세 자존감이 자라야 하는 시기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얼마나 멋진지 확인받고 싶은 책, ‘꼬마 카멜레온의 커다란 질문‘을, 5~7세 유치원, 학교 갈 시기는 타인에게 관심 갖는 법, 나를 표현하는 법이 그려진 ’가을에게 봄에게‘를 추천했다. 

또 이 책 ‘엄마의 어휘력’에서 중요하게 다룬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순우리말 사용이다. 일상에서는 아무래도 외래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많은 독자분들이 흥미로워 한다고. 아무래도 표 작가가 어린이 책을 오래 만들다 보니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예쁜 우리 말들을 많이 공부한 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동시집이나 동화책을 만들 때는 특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엄마의 어휘력'의 저자 표유진 작가 (사진=그림책숲 제공)
'엄마의 어휘력'의 저자 표유진 작가 (사진=그림책숲 제공)

표유진 작가에게 ‘엄마의 어휘력’을 효과적으로 보는 법을 물었다. 표 작가는 ‘엄마의 어휘력’은 0~7세까지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따라 애착, 감각, 상상력, 자존감, 사회성 등의 키워드를 뽑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 영아들에게는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이후 발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세상에 대한 신뢰를 쌓고, 이후 대인관계에 대한 표상을 만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부모님의 말과 놀이가 아이의 사회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아이의 발달에 효과적인 도움은 주지 못할 것이다. 아이가 지금 어떤 발달 시기인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책을 보면 더욱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책숲 (사진=그림책숲 제공)
그림책숲 (사진=그림책숲 제공)

그렇다면 표유진 작가는 2021년에 어떤 계획으로 임하고 있으며 앞으로 작가로서의 포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2021년에는 운영하고 있는 그림책숲에서 그림책 전시나 그림책 예술놀이, 또 그림책 창작 워크샵 등으로 많은 가족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엄마의 어휘력’과 함께 아이 마음에 보다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은 많은 부모님들도 만나고 싶다. 아울러 앞으로도 어린이와 양육자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계속 책으로 쓰고 싶단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표 작가는 "책 제목이 ‘엄마의 어휘력’이다 보니 아빠들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이야기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작가인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담다 보니 자연스레 제목이 ‘엄마의 어휘력’이 됐지만 아이들이 엄마 하고만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육아의 책임을 ‘엄마’의 일로만 한정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당연히 부모 모두를 위한 이야기고 나아가 아이를 보육하거나 교육하는 어른들,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림책숲 (사진=그림책숲 제공)
그림책숲 (사진=그림책숲 제공)

이어 “표유진 작가는 부모이고 어른이라면 엄마든 아빠든지 간에 아이에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충분히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몇 번이고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엄마의 어휘력’이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많은 이들이 ‘엄마의 어휘력’을 읽고 아이에게 사랑을 잘 전함으로써 가족간에 더욱 풍성한 사랑과 기쁨을 누리는 삶을 누리게 되고 온전한 사회인으로서 잘 성장하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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