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풋옵션 분쟁 ‘파란불’...남은 쟁점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풋옵션 분쟁 ‘파란불’...남은 쟁점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9.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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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비전 2025' 선포식에 참석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제공)
지난달 28일 '비전 2025' 선포식에 참석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FI(재무적투자자)들과의 분쟁에서 한시름 덜게 됐다.

ICC중재 판정부는 지난 6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사이 주주 간 중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재판정부는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제출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에서 ‘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정부는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이상훈 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이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 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다”며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손해 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주장한 신 회장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 “IPO 못하면 내가 다시 사겠다”...쟁점은 ‘풋옵션 가격’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사이의 분쟁은 지난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처분하고자 하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I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의 FI로 구성된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시장에 풀지 않고 컨소시엄이 사들이는 대신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계약이었다.

당시 교보생명 지분이 시장에 풀린다면 신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IPO를 제시하면서 상장 이후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계약에는 IPO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풋옵션 조항이 들어갔다. 만약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주주인 신 회장 개인이 컨소시엄 측의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제안이었다. 이에 컨소시엄은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00억원의 가격으로 지분을 매수했다.

이후 교보생명 이사회는 원래 기한이었던 2015년이 지난 후에도 IPO를 계속해서 미뤄왔고 결국 지난 2018년 19월,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쟁점은 풋옵션 행사 가격이다. 2012년 당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신 회장과 컨소시엄 측은 풋옵션 가격을 정해두지 않았다. 이에 컨소시엄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공정 가격 평가를 요청했고, 안진회계법인의 평가에 따라 풋옵션 행사 가격을 40만9000원(총 2조원 규모)으로 제출했다. 교보생명 이사회는 같은 해 12월 IPO 추진을 발표했지만 컨소시엄 측은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손해배상 중재 신청에 나섰다.

신 회장은 불공정하게 체결된 풋옵션 계약 자체가 무효이며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다며 맞섰다. 신 회장 측은 2012년 당시 컨소시엄과 계약을 체결할 때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고 2조원 규모의 풋옵션 규모는 컨소시엄 측에 가장 유리한 시점을 기준으로 책정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양측은 공방전에 들어갔고 지난 6일 ICC는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한숨 돌린 셈이다.

그러나 아직 ‘풋옵션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교보생명이 제기한 어피니티컨소시엄 주요 임원들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재판도 아직 진행 중이다. 해당 쟁점들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신 회장이 다른 가격으로라도 풋옵션을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은 셈이다.

이날 신 회장 측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모두 “승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 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측은 풋옵션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각각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모양새다. 향후 남은 쟁점들에 따라 분쟁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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