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수학 공부,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칼럼] 수학 공부, 어떻게 해야 할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8.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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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학기 말에 1번씩, 1년에 총 2회 수학 경시대회를 실시했었다. 수학 경시대회가 있기 2주 전부터 수학 교과서, 수학 익힘책, 수학 경시대회 예상 문제집 등을 풀면서 대회를 준비했었다. 당시에는 다른 친구들도 준비를 열심히 하기에 이에 맞춰서 수학 공부를 열심히 했다.

대회 후 90점 이상인 우수상 수상 명단을 선생님께서 불러주셨을 때 긴장이 많이 됐다. 수상 명단에 내 이름이 있으면 무엇인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고, 명단에 이름이 없으면 그날은 힘이 많이 빠졌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많이 하는 과목의 비중을 물어보면 ‘수학’이라고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보통 학생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거나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많이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말은 역설적이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 수학 수업을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수학을 왜 배울까요? 수학에서 하는 계산은 복잡하고, 다른 과목에 비해 배우는 내용도 많은데…. 왜 부모님과 선생님, 학교에서는 수학이 중요하다고 말을 할까요?”

그러면 “엄마가 하면 좋다고 했어요.” “수학 문제는 답이 정확하게 나와서 편해요.” “학원에서 중요하다고 했어요.” 등의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학생들에게 일상에서 수학이 실제로 활용되는 경우를 설명해 주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삼각뿔 모양의 컵과 원기둥 모양의 컵에 음료수를 마시려고 합니다. 어느 컵에 마실 때, 더 많이 마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본 뒤에 학생들에게 이와 관련된 수학 원리를 설명해 준다. 설명을 듣고 난 후 학생들은 수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수학은 1학년 1학기 때 1에서 9까지 숫자 세는 단원부터 학습이 시작되어 6학년 2학기까지 총 6년, 12학기 동안 5개 영역(수와 연산, 도형, 측정, 규칙성, 자료와 가능성)으로 나눠 학습하게 된다.

수와 연산에서는 자연수, 분수, 소수 등 수와 관련된 내용과 사칙 연산(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도형에서는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등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도형에 대해서 배운다.

또 측정에서는 둘레와 넓이 등을 구하는 것, 규칙성은 주어진 문제에서 규칙 찾기나 비와 비율 등을, 자료와 가능성에서는 그래프, 경우의 수, 가능성 등에 대해 학습을 하게 된다.

5개 영역은 학기마다 골고루 수학 단원으로 구성된다. 1학기 동안 4~5개의 영역을 학습하면서 다양한 수학적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력 등 고차적 수학 사고력을 골고루 발달시킨다.

수학의 5개 영역은 수학적인 위계를 가지고 배치가 되어 있다. 도형 영역을 예로 들어보면, 1~2학년에서는 주위에서 도형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삼각형, 사각형, 원에 대해서 학습을 한다. 3~4학년에서는 다양한 삼각형, 사각형의 종류를 배우고 원의 중심, 반지름 등에 대해서 학습을 한다. 5~6학년에 오면 대칭, 합동, 각기둥, 원기둥 등에 대해서 학습을 한다. 5학년 때 갑자기 대칭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1~4학년에서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대칭을 익히게 된다.

따라서 학습 요소 하나를 제대로 학습하지 않을 경우, 다음에 배울 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반드시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수학은 다른 과목들과 다르게 선행 학습을 많이 하는 과목이다. 선행 학습을 많이 하는 학생의 경우 현재 학생들보다 2학년 이상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 생각해보니 과거 학창 시절 본인도 그랬던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 수학1을 배우는 학원에 다녔었다. 중학교 3학년이면 먼저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을 학습해야 하는데 이것보다 고2 수학인 수학1을 배우는데 더 초점을 뒀던 것 같다.

학원에서 수학1을 선행 학습을 할 때 남들보다 먼저 한다는 이상한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수1에서 log를 배울 때, 지금 다른 친구들이 모르는 log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는 상대적인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에는 몰랐지만 잘못된 즐거움이었다. 선행 학습이기에 해당 내용과 관련하여 심화된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내용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절로 알게 되는 내용이었을 텐데, 이것을 먼저 배운다고 소중한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 본인이 수학을 좋아해 선행 학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통 학생들에게 있어서 과도한 선행 학습은 수학적 상상력 등 고차적 사고력을 기를 기회를 빼앗을 수 있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다. 수학 선행 학습은 학생 본인의 실력을 증진 시키고,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쓰이는 용어였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선생님, 저는 수포자예요. 저는 수학적 지능이 전혀 없어요” “저도 수포자에요.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아예 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수학은 숫자라는 기호를 가지고 정확한 답을 원하는 학문이기에 다른 학문에 비해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위와 같은 말이 나온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초등학교 수학은 흔히 말하는 수학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수학보다는 산수와 가깝기 때문이다. 과거 초등학교 수학을 실제로 산수라 명할 때도 있었다. 수학과 산수는 같으면서 다르다. 산수는 주로 계산과 관련이 있는 수학의 한 부분이다. 미지수 x, y, z나 이차, 삼차 함수 등을 다루기보다는 계산기로도 할 수 있는 계산을 학생들이 직접 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기초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수학은 학문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단순한 계산부터 확률까지 수학은 일상에 있어 광범위하게 사용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은 중요하며, 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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