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동학대 가해자는 어떤 사람일까?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동학대 가해자는 어떤 사람일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2.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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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최근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이 많은 사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욕하고 아이를 때리고, 잘 먹이거나 가르치지 않는 방임,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아동학대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아동학대의 주범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가장 최근에 조사된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서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76.9%가 부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동학대는 주로 부모나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주 양육자에게서 일어난다.

또 때리는 신체학대뿐 아니라 아이에게 욕설하고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정서학대를 동시에 하는 학대가 38.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어떤 경우에도 체벌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왜 부모들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자식을 이토록 학대하는 것일까?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 이유는 부모의 경제적인 스트레스와 욱하는 기질, 부부갈등 때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와 선입관 때문이다.

“아이의 잘못된 습관은 때려야 고쳐진다” “아이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아이의 나쁜 습관이나 행동을 체벌로 바로잡으려 하는 그릇된 양육습관이 문제다.

체벌을 통한 훈육은 작은 매가 점점 커져 폭행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라면서 자존감의 상처를 받고 반항하게 되면서 부모와 반목하게 되고 부모는 점점 체벌의 강도를 늘려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어떤 이유든 가정에서 한 대든, 두 대든 체벌을 묵인하는 것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학대당한 아이의 뇌는 멍이 든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보통의 3세 아이와 부모의 학대 속에 자란 아이의 뇌스캔 사진을 비교해 보도한 적이 있다. 이 보도는 3세 전에 학대를 당하면 아이의 마음과 몸뿐만이 아니라 뇌에 실제로 시커멓게 멍이 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와 학대받은 아이는 뇌 크기가 다르다. 사랑을 받은 아이의 뇌는 더 크고 잘 발달되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의 뇌는 더 작고 어두운 부분이 많다.

영유아기에 받은 상처로 인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의 지능발달이 늦어질 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폭력 범죄에 연루되기 쉽다. 마약중독과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당하게 피해를 당한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분노에 차 있고, 때로 공격적이며 분노 조절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 폭력 가해자가 되거나 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남자아이들의 경우 폭력 가해자가 되기 쉽고, 여자아이의 경우 폭력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것을 보고 자란 딸은 “나는 절대 아빠 같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라고 결심해도 막상 결혼할 때는 좋은 사람 다 물리치고 아내를 때리는 남자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예도 있다.

 

학대받은 아이가 자라서 학대하는 부모가 된다.

아이를 바르게 양육하는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서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린 시절 부모가 우리에게 했던 양육방식이 유일하게 학습될 뿐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부모가 직간접적으로 전한 아동 양육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어린 시절 불행한 경험을 가슴에 품고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다면 부모 노릇은 한층 더 어려운 일이 된다.

 

• 트라우마로 남는 부모의 말 한마디

“너는 아주 나쁜 아이야.”

어린 시절 지나치게 간섭하고 항상 핀잔을 주던 엄마의 영향으로 늘 눈치를 보고 행동하며 자란 A는 결혼 후 자신이 부모에게 배운 똑같은 태도로 자녀의 잘못을 꼭 꼬집어 비판했다. 아이가 눈을 깜빡거리는 틱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기까지 자신의 태도가 아이에게 불안을 일으킨다는 자각을 하지 못했다.

 

•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아버지의 외도로 늘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를 보며 자란 딸 B는 엄마의 신세타령과 함께 남자는 모두 바람둥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B는 결혼하더라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결혼 후에는 남편이 항상 의심스러워 부부싸움이 잦았다. B의 아이는 부모의 싸움에 주눅 들어 있다가 급기야 밤에 귀신이 보인다는 공포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됐다.

 

• 엄마가 우울할 때, 아이들은?

C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후 친척집에 보내졌다. 몇 년 뒤에 다시 엄마와 지내게 되었지만 엄마가 나를 다시 버리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에 일하는 엄마에게 혼자 지내기 무섭다는 투정조차 할 수 없었다.

C는 자녀가 학교에서 받은 정서행동발달검사에서 우울증으로 판정받을 때까지 자신에게도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

 

”괜찮아 넌 나쁜 아이가 아니야” 이런 생각은 부모가 자신에게 먼저 해야 한다. 트라우마 치료의 시작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는 자신의 과거 아픈 경험과 육아를 분리시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잘못된 양육방식 때문에 내 아이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자각도 필요하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본인이 받은 학대 트라우마가 자녀에게 대물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 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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