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걱정 많은 아이 도와주려면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걱정 많은 아이 도와주려면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0.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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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엄마, 나 혹시 죽을병에 걸린 거예요?”

“아니야. 그냥 배가 잠깐 아플 뿐이야.”

“정말이죠? 거짓말 하는 것 아니죠?”

아이는 몸이 조금만 아파도 혹시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한다. 매사에 걱정이 많고 항상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

아이들이 배가 아프면 소아과를 찾는다. 하지만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받아도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위에 탈이 나서 아픈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병에 걸린 듯하고 주변의 모든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불안 때문에 배가 아파진 것이다.

아이들이 걱정 하는 것은?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걱정 근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불안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는다. 낯가리기나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정상적인 유아불안이다. 유아기 때 낯선 사람을 보고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면 오히려 발달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걱정해야 한다.

아이들은 대체로 어둠을 가장 무서워한다. 자라면서 귀신, 괴물, 도깨비 같이 미지의 두려운 상대를 막연히 느끼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큰 소리와 낯선 사람을 두려워한다. 본인이나 부모가 아프거나 죽어서 헤어지게 되는 것도 걱정한다. 자라서 학교에 가면 시험, 학교성적, 친구관계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보통 아이들은 자라면서 일시적으로 여러 가지 걱정을 보인다. ‘자다가 귀신이 나타나 나를 잡아가면 어떻게 하나’ ‘도둑이 들면 어떻게 하나’ 같은 사건사고 대해서 걱정한다. ‘길을 가다가 넘어져 다치고 피가 나면 어떡하나’ 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다치고 손상되는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하나’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재해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한다. 자신이나 부모가 죽을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질병, 죽음에 대한 걱정도 한번쯤 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아이들 중 약 10% 정도는 과도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 시절의 이런 과도한 불안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자라서 공황장애, 과잉불안, 강박장애 같이 병적 불안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우리아이가 과도한 불안을 보이지는 않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더 많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아이들

첫째, 정서적으로 예민한 기질로 태어나거나 부모의 예민한 성격을 물려받아 자라면서 걱정을 많이 하는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게 되는 경우다.

둘째, 부모의 양육태도가 원인인 경우도 많다. 불안 장애는 첫아이나 외둥이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에도 잘 나타난다. 부모가 아이의 성취요구를 지나치게 자극하고 항상 잘하는 것에만 관심이 많은 부모가 아이가 잘하고 있는데도 더 잘하도록 아이를 다그치는 경우다.

셋째,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과잉 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인 경우에는 항상 실수를 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해지고 다시 집중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된다.

넷째, 재난이나 질병 같은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은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쉽게 불안해한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또 나쁜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한다.

다섯째, 지능이 뛰어난 아이들도 쉽게 불안을 느낀다. 발달이 지나치게 빠른 아이들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많은 지식과 상상력 때문에 걱정이 많아지게 된다. 이 아이들은 매사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작은 자극도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을 적당한 불안상태에 몰아넣는 아이들은 대개 공부나 일의 성취도가 높고 모범적인 아이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이런 과잉 성취적 행동에 대해서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태도를 부추길 수도 있다. 하지만 쓸데없이 지나치게 불안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될 경우라면 불안장애란 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아이를 걱정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1. 부모는 자녀를 편안하게 대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가 혹 불안해해도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아이에게 동조해서 함께 불안해하는 것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는 위로의 말로 흥분되고 긴장된 아이 마음을 얼마든지 편하게 해 줄 수 있다. 엄격한 부모보다는 배려심이 많고 허용적인 부모가 불안증상을 가진 아이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

2. 걱정거리 발견하고 치우는 연습하기

불안이란 걱정하고 예감하는 것으로, 상상을 통해 극대화된다. 만약 아이의 걱정거리가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전혀 맞지 않는다면 아이가 걱정하는 것을 같이 해결해야 한다. 집에 도둑이 들 것 같다고 걱정하는 경우에 함께 문단속을 해서 아이를 안심시키고 뉴스에서 강도나 도둑사건을 보도하는 내용을 아이가 보지 않도록 한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귀신이 잡아간다’ ‘경찰이 잡아 간다’ 등 위협을 한다면 걱정만 더 키우게 된다.

3. 반복해서 아이를 안심시킨다.

부모들은 대개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키는 말을 몇 번하고는 아이가 걱정하는 말을 계속 반복해서 하면 오히려 짜증을 내고 아이를 나무라게 된다. 그러나 부모의 이러한 태도는 아이를 더 불안하게 하고 더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걱정 많은 아이들은 항상 위험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부모는 반복적으로 안심시키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4. 무서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항상 부모와 함께 있도록 한다.

방학 기간 동안 집에서 혼자 지내며 TV에서 귀신영화를 본 뒤에 무섭다며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있다. 무서운 영화라면 부모와 함께 시청하고 또 그때 느낀 두려움과 걱정을 영화를 본 뒤에 말로 표현하여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5. 자녀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단계적으로 노출시킨다.

두려움의 대상에 점진적으로 노출시켜 극복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는(분리불안을 보이는 아이들) 아이는 엄마와 헤어지는 장소를 처음에는 교실 앞에서 시작하여 복도 끝, 운동장, 교문 앞 등으로 서서히 조절해나가는 것이다.

6. 호흡으로 긴장 이완하기

걱정이 많아지면 우리 몸속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걱정이 걱정을 낳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다음과 같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긴장이완 프로그램을 아이와 함께 실시해 본다.

⦁주먹을 꼭 쥐었다가 천천히 펴기

⦁눈을 세게 감았다가 살며시 풀기

⦁입을 크게 벌렸다가 입술이 살짝 벌어질 정도로 편하게 풀기

⦁발가락을 무릎 쪽으로 당겼다가 펴기

⦁발가락을 아래쪽으로 말았다가 천천히 펴기

⦁복식 호흡하기, 천천히 숨 고르기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칭, 복식호흡과 명상은 모두 긴장이완에 도움이 된다. 특히 깊은 숨쉬기는 몸속의 긴장감을 녹여주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나에서 다섯까지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다섯을 세며 편하게 내쉬는 숨쉬기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이처럼 해보는 것도 긴장이완에 도움이 된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 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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