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인간이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하는 진짜 이유
[조영임칼럼] 인간이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하는 진짜 이유
  • 송지숙
  • 승인 2017.06.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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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작년부터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이 몇 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유증으로 인공지능의 ‘엄청난 지능’과 ‘천재성’에 경외심을 표하는 분위기가 사뭇 역력하며, ‘괜히 싸움을 시켜보았나’ 하는 자괴감까지 파고드는 분위기이다. 이참에 갑자기 인공지능의 지능은 얼마나 될까 알아보고 싶은 충동이 발동했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지능은 ‘개인이 어떤 사태나 상황에 주어졌을 때 발휘되는 정신기능의 통합된 것’이라고 정의된다. 즉, 지능은 그 사람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판단력’이며,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여 잘 살아가기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의식하고, 그 속에서의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생각하고, 그것에 의해서 지금 어떻게 활동하면 좋은가를 올바로 판단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는데, 이 경우에 동원되는 정신기능이 바로 지능이다.

따라서 지능에는 직감이라든가 순간적으로 마음에 떠오르는 판단력에서부터, 순간적으로는 알 수가 없어도 오랜 숙고 끝에 어떠한 판단에 도달하는 마음의 작용까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지능은 형체가 눈에 직접 보이는 것도 아니고, 무게를 달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할 수 있는 실체도 아니기 때문에 지능 자체를 문제로 삼는다면 논의가 공전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심리학에서는 실제로 측정 가능한 수단으로서의 지능검사 방법을 제시했고 이를 지능지수로 표시한 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IQ(Intelligent Quotient)이다.

실제로 IQ 측정은 정신 연령이 실제의 나이와 같은 사람, 즉 그 나이에 해당하는 ‘판단력’을 지닌 보통 사람의 지능지수를 100이라고 가정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지능지수 IQ의 수치별로 통계적인 그래프를 만들어 보면 100을 정점으로 하여 양단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좌우 대칭형 그래프가 된다. 말하자면 IQ란 상대평가인 셈이다.

앞서 지능은 여러 가지 일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를 인식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정신적 종합활동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인식과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체험과 눈앞의 사물이 어떻게 결부되는가를 알아야만 한다. 즉, 지능이 작용할 때는 기억과 그것에 바탕이 되는 판단의 양쪽이 필요하다. 

인간이 지닌 지적 능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인공지능은 IQ가 얼마나 될 것인가? 앞서 언급한대로 알파고와 같은 전문가 시스템은 바둑을 두는 사람을 기본으로 하여 ‘판단력’을 측정했을 때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으니 당연히 엄청난 지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체 ‘인간’을 흉내 낸 시스템으로서의 인공지능은 지능이 얼마일까? IQ의 일반적 기준으로 같은 또래의 인간과 유사한 판단을 한다면 100이고 그보다 잘한다면 훨씬 높을 것이며 혹은 반대일 수도 있다. 

만약 인간과 인공지능을 섞어놓고 IQ 측정을 하면 어떻게 될까? 알파고처럼 특정분야에서의 지능은 천문학적이겠지만 보편적인 IQ 특정도구에 의한 방법으로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아래에 있지 않을까? 다양한 환경에서 복합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만물의 영장이며 영악(?)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공지능이 개발되는 순간부터 생물학적 진화로서의 지능 발전보다는 인류의 지능보다 더 높고 뛰어난 인공지능의 개발로 지능이 필요한 영역을 진보, 발전시켜나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류의 지능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형태 또는 인공지능과 컴퓨터의 융합이 인간의 지능을 대체, 보완하는 형태로서의 인공지능을 위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연구, 기술개발, 기술발전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공지능과 더불어 공생하게 됨으로써 만물의 영장으로서 위치를 더 다지려고 할 것이다. 

다양한 영역과 다양한 환경에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일차적으로는 인간을 더 편리하게도 하겠지만 이차적으로 인간을 더 긴장하게 만들고 더 노력하게 만들고 더 바르게 살게 함으로써 ‘만물의 영장 본능’을 끊임없이 자극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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