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부실인증·밀집사육 ‘예견된’ 살충제 계란
[긴급진단] 부실인증·밀집사육 ‘예견된’ 살충제 계란
  • 이성교
  • 승인 2017.08.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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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로닐·비펜트린 검출 7곳 중 6곳 친환경농장 ‘국민 배신감’A4 용지 크기도 안되는 공간에 사육, 진드기 공격에 속수무책
▲ 자료 사진.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검출된 ‘살충제 계란’이 나흘 만에 전국에 걸쳐 검출되면서 정부의 허술한 관리와 생산농가의 안이한 위생사육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오전까지 정부의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생산지 계란에서 피프로닐·비펜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은 67곳이며, 이 가운데 허용기준치 초과로 부적합 판정 받은 농가는 친환경인증 농가 28곳을 포함한 32곳인 상태다.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 검출이 더 많이 나와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간업체 64곳서 인증 대행, 정부는 사후관리 ‘뒷짐’
국내 친환경 인증 제도는 지난 1999년 도입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에서 전담해 왔다. 
그러다 2002년부터 친환경 인증 업무를 민간기업에 단계적으로 위탁하기 시작해 올해 6월에 모든 인증 업무가 민간 대행업체 64곳으로 이관돼 운영되고 있다.
민간 대행업체는 인증을 신청한 산란계 농장의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내리고 친환경 인증서를 수수료를 받고 발급한다.
생산자들은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정부의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는데다 일반제품보다 가격을 배로 올려 받는 일석이조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인증 조건만 충족시켜 인증을 따려내 애쓴다.
농산물관리원은 민간 대행업체의 인증 업무 관리만 책임질뿐 친환경 생산시설의 사후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관리 방식이 이렇다 보니 친환경 인증 업체 수가 크게 늘어났고, 규모가 커지면서 부실관리 문제도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부실인증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적발한 부실인증 사례만 2734건에 이르렀다.
▲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친환경인증관리 정보시스템 이미지. 사진=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

 


협소한 닭장 환경 AI 감염에도 치명적
계란 생산농가와 축산 전문가들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의 또다른 원인으로 사육 닭의 좁은 밀집사육 방식을 꼽고 있다.
현재 국내 산란계 농장은 일반적으로 닭 한 마리당 사육 공간을 A4 인쇄용지(0.06㎡)보다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기르고 있다.
국내 관련 법이 산란계 1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을 0.05㎡(25×20㎝)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감염사태로 닭·오리 등 가금류가 집단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당하는 이유도 밀집공간에서 그만큼 전염률이 높은 탓이다.
이같은 밀집사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지난 4월 방안을 발표했으나 1마리당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조금 확장하는데 그쳤고, 이마저 기존 밀집사육 시설 농가는 개선안 적용을 10년간 유예시켰다. 관련 법 개정 작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좁은 밀집사육 방식으로 닭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탓에 진드기 같은 해충류의 공격을 받기 쉽고, 해충의 공격에 자체 대응도 못해 사육농가는 닭의 피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농장주는 살충제의 유혹을 받게 되는데 문제는 허용수치를 준수하려면 닭장의 닭과 계란을 별도 공간으로 이동격리시켜 놓고 닭장 살충제 살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농장처럼 닭들을 풀어놓고 키우는 방사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엔 밀집사육 시 해충 피해의 걱정을 덜 수 있지만, 대규모로 사육하고 계란을 수집하는 편리성 때문에 밀집사육을 선호하는 농장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정부 인증업무 회수, 방사농장 확대” 요구
전문가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국내 친환경 인증제도와 가금류 밀집사육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부실인증 논란이 계속 일고 있는 친환경 인증 업무는 정부가 다시 민간으로부터 넘겨받아 엄격한 관리·감독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밀집사육의 경우엔 유럽연합처럼 좁은 닭장인 배터리 케이지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친환경 방사 농장으로 적극 바꾸도록 정부와 농장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농식품부도 17일 살충제 계란 사태 관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포함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보고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친환경 인증 기관 통폐합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친환경 농가에서 문제가 됐기 때문에 더욱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민간 인증 기관이 64개소 있는데 가능하면 통폐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산하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철저한 지도·관리와 함께 친환경 축산물을 전면 손질하는 한편, 오는 10월 초 추석을 앞두고 수입 채널을 확보하고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에 대비해 계란자조금을 통해 소비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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