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기저귀는 인권이다
[김호중칼럼] 기저귀는 인권이다
  • 송지숙
  • 승인 2016.12.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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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업무 편의·비용 감소 위해 요양원 기저귀 교체 줄여
기저귀 사용, 약자의 인권을 보듬어야할 대목

기저귀는 문명사회에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피부와 접하는 위생용품이다. 아기는 스스로 소변과 대변을 가릴 능력이 없기 때문에 기저귀를 활용해 배설물을 처리해야한다. 기저귀는 비단 어린아이 뿐 아니라 신체적 상태에 따라 성인의 위생을 위해 사용되는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다.

기저귀를 착용한 사람의 특징은 자신 스스로 기저귀를 착용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다. 중증장애인, 척수장애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환자, 와상노인 등 기저귀를 필요로 하는 계층과 인구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요실금의 경우는 기저귀 착용이나 교체에 어려움은 없다. 

기저귀는 제품의 소재에 따라 광목으로 만든 천기저귀부터 펄프를 이용한 1회용 기저귀 등 다양한 기능성 기저귀가 개발되어 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저귀를 교체해주는 과정에서 상호가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한 시간이다.

기저귀 교체와 관련된 인권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나 서비스 이용자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기저귀와 관련된 인권침해사례가 적지 않고, 실제로 형사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노인이나 장애인 이용자의 기저귀를 남성 관리자가 교체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어 심각한 사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서울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기저귀 사용량이 늘자, 시설장은 기저귀 사용량을 제한했다. 기저귀를 제때 교환하지 않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분비물 상태에 따라 줄줄 새는 경우도 있고, 축축하고 불결한 상태로 장시간 버텨야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당사자인 노인들도 항의했고, 요양보호사들도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신문지를 덧대 사용하기도 했다. 

또 다른 노인요양원의 경우 기저귀를 교체하는 데 사람의 품이 들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거나, 교체의 편의를 위해 속 기저귀 여러 개를 겉 기저귀 안에 미리 겹쳐뒀다가, 하나씩 빼내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기저귀는 피부 발진 등 피부건강과 심리적 안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편의성에 그들의 인권이 가려진 것이다. 

기저귀는 내밀한 공간과 취약 계층이 사용하는 필수 위생용품이다. 벌금을 내지 못한 척수 장애인이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이 사람은 성인용(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해야했지만 일반용 기저귀를 지급했다. 하루가 지나자 욕창이 발생했고 거듭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도소 측은 거절했다. 욕창부위는 심각해져 결국 수술까지 받아야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일부 시설에서는 기저귀의 상표를 떼고 값싼 중국산 기저귀 납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제품의 품질이 좋다면 시설의 서비스 품질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지만, 상표를 떼어 내는 자체가 인권 수준을 나타내는 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납품비리와 인권은 인과 관계에 있지 않겠는가.

이처럼 기저귀를 사용해야 될 형편을 생각해보면, 약자의 인권이 항상 보듬어져야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저귀를 교체할 때 친절한 미소와 흡수력이 뛰어난 제품을 사용해 피부건강을 지켜준다면, 결국 기저귀 제품구입 예산을 절감하고 나아가 피부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할 것이다. 기저귀는 인권보장의 출발점일 수도 있고, 흉기가 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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