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인공지능에 미안하지 않을 인간이 되자
[조영임칼럼] 인공지능에 미안하지 않을 인간이 되자
  • 송지숙
  • 승인 2016.11.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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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몇 달전 알파고가 한창일 때 인공지능에 대해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늘은 문든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을 어디까지 닮을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여 몇가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존 메카시(John MeCarthy)는 1956년에 인공지능의 목표를 “Science and engineering of making intelligence machine”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지능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정의하였으며, 이후 이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오늘날까지도 불변의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닮아갈 것이다.

그럼 인공지능은 인간지능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먼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보니,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의 4가지 핵산으로 구성된 DNA 이중나선형 구조는 얽히고 설켜서 염색체(chromosome)를 이루게 된다.

▲ DNA염색체

 


그런데 이 구조가 묘하게 컴퓨터의 0, 1 비트와 닮아 있었다. 더 나아가 인간을 ‘DNA의 덩어리’ 라는 의미로 게놈(genome)이라고 하는데, 비트로 표현되는 컴퓨터의 2의2제곱보다 핵산으로 표현되는 게놈 정보의 양이 2의4제곱으로 컴퓨터보다 적어도 4배는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두번째로 데이터처리방식을 비교해보았다. 인간은 어떤 사물을 볼 때 순차처리방식이 아니라 뇌의 여러 부분에서 뇌세포(뉴런)들이 자동적으로 분산처리 모드로 전환하여 사물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는 분산처리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인간의 사물인식 과정(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tkmj&logNo=220651669067)

 


즉 우리의 뇌는 아주 오래전부터 협상과 통합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데 달인이었던 것이다. 만약 고양이를 본다고 하면, 우리의 뇌의 각 부분들은 각기 맡은 바 역할에 따라서 고양이의 눈, 귀, 코, 입 등을 분석할 것이고 협상과 통합과정을 거쳐서 ‘이것은 분명히 고양이야’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가 요즘 회자되는 딥러닝(deep learning)의 원리인 것이다.

또한 인간은 가장 에너지가 적게 소모되는 점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특징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이것은 인간 스스로가 기계가 아니므로 배터리(?)의 한계로 인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소모가 가장 적고 또 가장 확실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알고리즘을 무의식적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공지능에서는 비용함수라고 하는데, 학습에 적용하여 인공을 모방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컴퓨터는 3차혁명(정보혁명)을 이끌었는데, 오늘날 4차혁명은 인간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인간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4차혁명이 더욱 흥미로워지면서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얼마만큼 닮아갈 것인가? 그 기술의 끝은 어디일까?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은 우리가 인식하든 않든 간에 하루가 다르게 인간지능을 따라오려고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은 그 좋은 머리를 엉뚱한 곳에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우리를 모델링하고 있는 인공지능에게 미안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잘못된 인공지능을 개발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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