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초등교육에서 용어 사용에 대한 생각
[교육칼럼] 초등교육에서 용어 사용에 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4.03.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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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학부모가 되고 처음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많이 놀란다고 한다. 교과서 속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어른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비슷한 단어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각형’과 ‘사각형’이 있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 보면 삼각형은 ‘세 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평면 도형’, ‘세 개의 각이 있는 모양’으로 정의가 되어 있다. 사각형은 표준 국어 대사전에 ‘네 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평면 도형’, ‘네 개의 각이 있는 모양’으로 정의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 정규 교육에서 학생들이 처음 도형을 접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1학년 학생들은 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실 모른다. 처음이기에 ‘각’과 같은 용어를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1, 2학년 군 내용을 보면 ‘삼각형, 사각형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처음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접했을 때 많이 놀랐었다. 삼각형, 사각형을 말하지 않고 어떻게 도형을 지도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아마 필자만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똑같이 고민했었을 것이다.

사실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교육은 위계가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를 반영하여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을 때 오히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학생들은 이미 주변에서 삼각형, 사각형의 용어를 많이 사용해 해당 용어에 익숙한 상태였다. 그래서 학습의 실효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수업에서 ‘삼각형’, ‘사각형’ 대신 세모 모양, 네모 모양 등의 단어를 사용하니 학생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분명 책 등에서 ‘삼각형’, ‘사각형’이라는 단어를 봤는데 학교에서는 ‘세모 모양’, ‘네모 모양’이라고 가르치니 인지 부조화가 발생한 때문이다. 심할 경우 오개념이 생기는 학생들도 있었던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1학년에서 ‘삼각형’, ‘사각형’ 등의 개념어 대신 ‘세모’나 ‘네모’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과연 현장의 반응은 어떠할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수학 과목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국어과의 경우 이와 같은 예로 ‘감각적 표현’이라는 단어가 있다.

‘감각적 표현’은 5차 교육과정에 처음 초등학교에서 학습 내용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최근에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감각적 표현’의 용어를 찾아볼 수 있다. 약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학습 요소로 제시됐다는 것은 학습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감각적 표현’이라는 단어는 국어에서 초등학교 문학 교육에서만 지엽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문학 교육에서 감각적 표현의 개념을 찾아볼 수 없다. 오랜 기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개념이지만, 시론 집이나 다른 문학 교육에서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

감각적 표현은 사실 초등에서 학습하기는 하지만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도 하다. ‘~적’이라는 단어는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안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감각’, ‘표현’이라는 개념은 큰 학습 요소인데, 이를 어설픈 단어로 이어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감각적 표현은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이미지’라는 용어는 시에서는 아주 많이 사용된다. 시를 학습할 때 이미지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중학교 이상 문학 교육에서는 학습자들에게 직접 ‘이미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시를 감상하고 ‘청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 등을 찾아보는 활동은 정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용어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미지’라는 용어가 어렵다고 생각해 직접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익숙한 단어인 ‘감각’, ‘표현’ 등의 단어를 합성하여 제시한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 ‘감각적 표현’이라는 재개념화된 용어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이기에 학생들이 이를 인식하고, 학생들의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학문적 용어를 초등에서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미국 등의 다른 나라는 우리와 다르게 접근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용어를 제시한다. 초등학교 1학년한테도 자유롭게 시에서 ‘이미지’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학생들은 해당 용어를 처음부터 접해 이에 대해 거부감이 적다.

수학(삼각형, 세모, 사각형, 네모 등), 국어(감각적 표현 등) 과목에서 용어가 학문적 용어와 다르게 사용되는 이유는 학습자들의 수준을 고려함으로 생각된다. 이는 학습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기에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없는 것을 마치 있는 것처럼 제시하기에 이는 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무엇으로 해야 한다고 바로 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육에 있어 용어를 재설정할 때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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