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행칼럼] 여성장애인의 노동 욕구와 현실의 간극
[이선행칼럼] 여성장애인의 노동 욕구와 현실의 간극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0.02.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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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이선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전문연구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60일 정도 남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가장 핫한 이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정치권 공방의 소재로 이용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던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은 정확하다.

이런 정치의 계절에 늘 등장하는 기사들이 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하는 정치인들의 인식과 태도를 보여주는 이슈들이다. 장애인, 이주여성, 탈북자 등을 인재로 영입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한 비하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선거 때는 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약들을 발표하지만, 표를 얻고 나면 다시 권력에 대한 투쟁과 정치의 세계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그나마 4년(총선, 지방선거), 5년(대선)마다 정치의 계절이 반복됨으로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슈가 환기될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위로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이용(?)해서 소외된 이슈 ‘장애인’, 그 중에서도 여성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장애인에게 취업은 경제적 자립의 필수적인 조건이지만 여전히 그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특히 장애 차별과 성차별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장애여성의 고용 현황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장애인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고용률은 2016년 20.8%로 전체 장애여성 5명 가운데 약 1명만이 취업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여성의 고용률은 50.8%로 장애여성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실업률 지표를 보면 장애여성의 실업률은 2016년 6.8%인 반면 전체여성의 실업률은 3.5%로 장애여성 실업률에 비해 1/2에 불과하다.

“장애여성의 실업률 6.8%” 과연 이것이 현실을 온전히 보여주는 수치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장애여성 실업실태와 정책과제”(전기택·이선행·김영애, 2017) 연구보고서에 그 대답이 있다.

실업실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실업률 외에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이른바 고용보조지표라는 것이 있다. 공식 실업률은 취업을 희망하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실업상태로 간주하기 때문에 흔히 이해하듯이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무직자를 모두 실업상태로 파악하는 것과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취업을 희망하되 구체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잠재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실업률에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과 실제 실업상황 간에 간극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현재 취업상태로 분류되지만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비해 적은 시간만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추가로 활용여지가 있는 부분실업 상태의 노동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하여 고안된 고용보조지표는 실업률을 집계하기 위한 공식적인 실업자 이외에 아르바이트 등 단기 근로를 하지만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최근 구직활동을 안 했을 뿐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잠재구직자), 구직노력을 했으나 육아 등으로 당장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잠재취업가능자) 등을 포함한다.

고용보조지표와 공식 실업률의 격차가 큰 것은 ‘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대비 실업자 비율을 의미하므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면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가장 광의의 실업률 지표인 고용보조지표3을 활용하여 장애인의 실업현황을 남성과 여성, 장애인구와 전체인구를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분석에 활용한 자료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매년 생산하는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의 2016년 자료와 대조군으로 통계청에서 매월 생산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2016년 5월 자료이다.

2016년 현재 기존 실업 개념에 따른 장애여성의 공식 실업률은 6.8%이지만 고용보조지표3에 따른 장애여성의 실업률은 21.3%로 공식 실업률에 비해 무려 3배에 달한다. 그리고 장애여성의 공식 실업률과 확장된 의미의 실업률 격차는 장애남성, 전체남성, 전체여성에 비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실업 개념으로 장애여성 실업 현상과 규모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취업 욕구는 있으나 일시적으로 취업과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른 집단에 비해 장애여성에게서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장애여성 실업 해소 대책과 고용 확대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전통적인 실업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 연구에서는 고용보조지표3의 정의에 따라 실업자, 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로 남녀 장애인의 경제활동 유형을 구분하고, 장애인 경제활동 유형 결정 요인에 대한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전체집단 분석 결과, 성별 효과가 존재했는데 여성일 경우 취업자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할 확률이, 실업자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여성인 경우 취업자보다는 실업자에 속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의 개념을 잠재적 경제활동인구로 확대했기 때문에 여성일 경우 취업대비 실업에 속할 확률이 높은 것은 취업에 대한 욕구에 비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기가 여성장애인에게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을 성별과 장애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해야 하는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물론 현행 조문에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노동관이 녹아든 ‘근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천부인권, 불가침의 인간존엄성 등을 문자로 구현하고 있는 헌법에서 노동을 권리와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도 국가는 국민에게 일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성차별과 장애차별이라는 이중차별의 대표적 피해자로 신약성서 마가복음에는 “열두 해 혈루증 앓은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여성은 12년 동안 피가 멈추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성서에는 혈루증이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현대 의학용어로는 만성자궁출혈이라는 질병(이라고 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모세오경(토라)이라고 불리는 구약성서에 의하면 고대 유대사회에서는 피를 흘리는 것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했다. 특히 생리하는 여성에 대해서는 아예 사람들과의 접촉을 금기시 했고, 만약 옷깃이라도 스칠 경우에는 그 여성의 불결함이 스친 사람에게로 전이된다고 여겼다. 때문에 이 여성은 통증과 출혈이라는 불편함은 고사하고 행여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밖에도 마음대로 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자가격리’의 상태가 12년 동안 이루어진 것이다.

고대 유대인의 관념에서 인생의 한 주기를 뜻하는 12년, 그 12년을 마칠 즈음 남들로부터 부정하고 더럽다는 모욕을 들으며,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여인은 예수라는 청년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청년은 각종 병자들을 고치며 팔레스타인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던 유명인이었다.

여인은 율법의 금기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뒤 안보고 그냥 집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감히 예수의 옷자락 앞까지 사람들을 해치고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만진다. 신의 아들, 메시아임을 자처하는 예수는 피 흘리는 여성을 만지면 안된다는 율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여자의 부정함을 감싸 안고 새 생명을 준다.

신의 아들조차 장애와 편견, 잘못된 관습과 제도에 정면으로 맞섰는데, 하물며 하늘의 뜻을 대행한다는 국가가 하늘의 뜻을 외면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몰래 다가가 살며시 옷자락을 잡은 여인에게 예수가 한 이 말, 이제는 만백성의 어버이였던 임금을 대신할 정부가 짊어질 의무이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마가복음 5:34)

*본 기고문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7년 연구 보고서인 ‘장애여성 실업실태와 정책과제(전기택・이선행・김영애, 2017)’의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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