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헌법 및 법률 위반, 교육을 정치의 ‘하위 변수’로 전락시킬 우려”
헌법 “교육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법률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교육감 후보를 정당공천제로 바꿔 당원이 후보에 출마하고 예비후보 대상으로 ‘국민완전경선’을 치러 가가 당의 후보를 최종 확정하는 ‘교육감 정당선거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4일 베이비타임즈 취재를 종합하면, 곽 전 교육감은 기고문에서 교육감 선거의 근본적 해법으로 교육감 후보의 당적 보유와 정당 공천,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제안했다.
교육감 선거의 틀을 정당선거로 전환하면, 정당이 사활을 걸고 달려들기 때문에 유권자의 관심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후보를 치열하게 검증할 것이고 언론은 이를 중계하게 돼 유권자가 후보 개인을 몰라도 소속 정당을 알면, 평준화냐 수월성이냐, 학생인권이냐 교권이냐와 같은 교육 철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유다. 바로 정당 공천을 거칠 때 가능해지는 책임정치의 모습이라는 게 곽 전 교육감의 주장이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의 논리는 선거를 앞두고 1년 이상 당적이 없어야만 교육감 후보 자격이 있다고 규정한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헌법이 정한 교육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교육 정책과 교육감 선거를 평가하는 하나의 중요한 헌법적 기준이 돼 왔다.
교육감 제도는 이러한 헌법 정신에 따라 정당 정치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를 흔드는 것은 자칫 교육을 정치의 ‘하위 변수’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감은 아이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을 쥔 당협위원장의 눈치를 보게 되면 교육의 독립성 훼손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감은 정당의 대표라기보다는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공적 관리자이며 헌법적 책임자라는 인식이 그 바탕에 있다. 교육은 정치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로부터 보호돼야 할 공공 영역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곽 전 교육감은 2024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당시 후보 사퇴 과정에서 교육감 선거와 정당 정치의 관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는 당시 헌법상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과 부합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 발언은 일정한 설득력을 가졌고 곽 전 교육감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곽 전 교육감의 ‘정당공천제’, ‘정당선거제’ 도입 필요성 공개 주장은 2024년 당시 발언 및 소신과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전 국회의원 출신 모 후보를 지지하며 ‘정당공천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이전 입장과 비교해 해석의 변화가 감지된 배경에 궁금증이 커진다.
곽 전 교육감의 이번 주장은 장기적인 교육자치 제도 개편 논의라기보다 선거 국면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적 논란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문제 제기가 교육 제도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철학적 전환이라기보다는, 선거 국면에서 특정 후보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한다.
교육감 선거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재편돼서는 안 된다. 교육감 선거의 핵심은 정당 구도가 아니라 교육 비전과 행정 책임에 대한 검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감 ‘정당공천제’ 논의 역시 위의 헌법 조항 및 기준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
‘정당공천제’는 책임정치를 강화한다는 주장과 함께 교육감 선거를 정당 정치의 연장선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는 제도의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보다는 헌법이 요구하는 교육의 중립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그의 논리가 교육의 중립성과 일관성이라는 기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선거국면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정치적 주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모든 논의는 특정 인물의 유불리를 넘어 헌법이 보호하려 한 교육의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중심을 두고 이뤄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