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수업 직후 ‘학교의 죽음을 넘어 교육공동체로’ 주제
도선고의 학교 내 ‘정치 토론회’ 승인 및 절차적·윤리적 문제도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서울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연쇄 토론회 중 ‘학교의 죽음을 넘어 교육공동체로’ 주제의 토론회가 평일 학교 수업 현장에서 개최 예정이어서 ‘고등학교의 정치 토론장 변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강신만 서울교육포럼 대표, 홍제남 다같이배움연구소 소장은 오는 21일(금) 오후 5시 30분 서울 성동구 도선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서울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 학교의 죽음을 넘어 교육공동체로’ 주제의 합동토론회를 개최한다.
내년 6월 치르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초중고 교사 출신 예비후보인 이들 3명은 그동안 연쇄 합동토론회를 통해 지난해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됐던 정근식 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앞서 강민정 전 의원과 강신만 대표, 홍제남 소장은 지난 7일부터 ‘서울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란 주제로 2차례 ‘정치성’ 합동토론회를 열고 정근식 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그는 진보교육감이 아니다”며 정치적 비판을 서슴없이 해왔다.
7일 개최한 1차 토론회에서는 ‘혁신 교육이란 잣대로 본 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평가’를 명분으로 정 교육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한 데 이어 14일 열린 2차 합동토론회에서는 ‘교육자치의 현재와 교육감 리더십의 미래’를 주제로 정 교육감의 교육정책과 정치적 성향을 도마에 올려 칼질을 했다.
이에 따라 이들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3인이 21일 금요일 평일 오후 수업 직후 도선고등학교에서 개최하는 ‘학교의 죽음을 넘어 교육공동체로’ 주제의 3차 합동토론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1~2차 합동토론회의 발언 내용을 미루어 볼 때 이번 도선고 내 3차 토론회는 결국 “정근식 교육감이 진보인가 보수인가”라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수업이 진행되는 금요일 오후 이른 시간에 학교에서 ‘학교의 죽음을 넘어~’라는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한 주제의 토론회 개최는, 서울교육을 둘러싼 정치·이념적 공방을 그대로 학교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자칫 고등학생들에게 정치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더 우려된다.
도선고등학교에서 열리는 ‘학교의 죽음을 넘어~’ 주제 토론회는 표면적으로는 교육적 담론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교육정책과 교육감의 정책 기조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정치행사라는 점에서 우려를 넘어 심각한 문제다.
고등학교는 정치 토론의 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학교는 학생이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이지 성인들의 이념 대결 무대가 절대 아니다.
학교는 교육 연구·학술적 접근의 장이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교육 공간을 이용해 교육감 정책을 평가하고, 성향을 규정하며 진영적 구도를 만들어 내거나 정당의 토론장, 이념 집단의 홍보 무대가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교육 중심이어야 할 ‘학교의 죽음’과 다름 아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그동안 “교육은 진영대결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이 중심”이라고 강조해왔다.
도선고 교장과 행정실장의 학교 내 ‘정치 토론회’ 개최 승인과 관련해 절차적·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학교의 죽음을 넘어~’ 토론회의 학교 내 개최와 관련한 ‘사용 신청자 및 승인 절차’에 대한 베이비타임즈의 질문에 도선고 관계자는 “토론자 3명 중 1명이 신청했으며 신청자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없다”면서 “어떤 주제의 토론회인지 포스터를 확인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지만,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토론회로 알고 사용료를 받고 개최 승인을 해줬다”고 밝혔다.
‘학교의 죽음을 넘어~’ 주제로 “학교가 죽었다”는 의미의 토론회 개최인데 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학교의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는 승인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학교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더이상 대답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 개최 관련 도선고 관계자들의 발언과 태도에 대한 베이비타임즈의 취재를 종합하면, 도선고는 교사와 학생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가 큰 이번 ‘정치적 토론회’ 개최 승인과 관련해 학부모회나 운영위원회 의견을 청취했는지,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 관련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았는지, 학생이 정치행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장치는 마련했는지, 서울시교육청의 ‘교육 활동 정치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도선고가 정치적 성격이 매우 강한 이번 ‘학교의 죽음을 넘어 교육공동체로’ 주제 토론회의 학교 내 개최 승인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학교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재인 학교 공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책임론에 휘말릴 수도 있다.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정치성 행사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학교 내 정치적 행사 개최는 단순한 장소 문제가 아니며, 학생의 학습권 침해, 학교의 정치 중립성 훼손, 공교육 공간의 오염 등으로 미래세대의 성장에 큰 해악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즉시 학교장의 외부행사 승인 기준 강화, 정치성 토론회 학교 개최 금지 규정 명문화, 학생 보호 조항 강화, 위반 학교 및 관계자에 대한 책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는 특정 집단의 정치적 무대가 아니며, 학생은 어떤 이념의 실험도구가 절대 아님을 교육 당국은 명확히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