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사망한 캐디의 손해배상청구가 대법원에서 인정됐다. 이전부터 골프장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근로자의 지위가 인정된 바 있으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받지 못했다.
이번 사례 역시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지위가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건국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근무하다가 2019년 7월경부터 다시 동일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캐디를 총지휘하던 상사로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2020년 10월 5일 진정이 접수되어 조사를 개시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2021년 2월 9일 원고 B에게 ‘이 사건 골프장 소속 피고 C가 망인에게 행한 일부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사료되나, 망인은 골프장 캐디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직접 적용할 수 없고,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피고 법인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적절한 조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등을 권고하고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 예방체계를 구축하도록 시정지시했다’고 회신했다.
유족급여 및 장의비에 관한 청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21년 12월 3일 ‘망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괴로움과 원치 않았던 사직에 대한 정신적 압박감과 부담 등으로 인해 자살하였으므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1심에서는 피고 측에 유족에게 1억700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법원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주에 대하여 경제적 종속성을 띠고, 타인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며, 주로 특정한 1인의 사업주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달리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사업주의 특정한 지시나 지휘·감독에 구속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적 위치에 있는 노무제공자이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는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피고는 캐디들을 총괄, 관리하는 지위상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망인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는 민법 제750조에 기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피고 법인은 피고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 법인은 피고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사업주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이었던 원고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 제공을 받은 사업주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며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해당 사건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판결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근무하는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은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안진명 노무사 프로필>
- 홍익대학교 불문과/법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現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