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아니, 용감한 에버그린 《겁쟁이 에버그린》
[그림책을 보다] 아니, 용감한 에버그린 《겁쟁이 에버그린》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9.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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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에버그린은 겁쟁이입니다. 세상 온갖 것들을 다 무서워하는 아주 마음 약한 다람쥐입니다. 딱 하나 무섭지 않은 건 엄마가 만든 수프, 수프에는 놀라운 마법이 들어있어 숲속 동물들 모두에게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엄마는 갈매나무 숲 너머에 사는 오크 할머니가 심한 감기에 걸리셨다며 수프를 가져다드리라고 에버그린에게 부탁했어요. 에버그린은 무시무시한 숲을 지나가기 두려워 못한다고 해요. 엄마의 간곡한 부탁에 에버그린은 몹시 겁이 나지만 심부름을 가기로 합니다. 숲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한가득이지만 마음 굳게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겁쟁이 에버그린》 본문 이미지 / 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겁쟁이 에버그린》 본문 이미지 / 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벌벌 떨며 숲을 지나가는데 바위틈에 낀 토끼를 보고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에버그린은 온몸을 다해 구해줍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맛있는 수프 냄새를 맡은 토끼는 수프 그릇을 빼앗아 그대로 도망쳐 버려요. 그때 하늘에는 커다란 매가 이들을 향해 달려오고 놀란 토끼는 수프 그릇을 버리고 달아납니다. 에버그린은 겨우 수프 그릇을 찾았지만 이미 매의 날카로운 발톱에 붙잡혀 꼼짝없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겁쟁이 에버그린》 본문 이미지 / 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겁쟁이 에버그린》 본문 이미지 / 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매는 덤불에 들어갔다가 온몸에 가시가 박혔다며 가시를 빼주면 에버그린을 잡아먹지 않겠다고 해요. 에버그린이 가시를 다 빼자 매는 고맙다며 오크 할머니에게 데려다줄까? 하고 묻습니다. 하늘을 나는 게 무서운 에버그린은 괜찮다며 다시 오솔길로 들어섭니다.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때론 천적에게 쫓기면서 수프를 잃어버릴 뻔하기도 했지만, 마침내 오크 할머니 댁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 집 앞에서 커다란 곰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쿵’하고 쓰려져요. 첩첩산중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무사히 오크 할머니에게 수프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아직 에버그린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겁쟁이 에버그린》 본문 이미지 / 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겁쟁이 에버그린》 본문 이미지 / 매튜 코델 글·그림, 이상희 옮김, 미세기 출판, 2023년 7월. (이미지=미세기 제공)

 

겁많은 작은 다람쥐의 심부름 이야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들어있습니다. 위험에 빠져 도와주었더니 고마움을 모르고 더 나쁜 짓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토끼, 가시를 빼주자 고맙다고 인사하며 잡아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할머니 댁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선의를 베푸는 매, 몇몇은 에버그린이 들고 있는 수프에 눈독을 들이고, 또 몇몇은 에버그린에게 호의를 베풉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에버그린 이야기에서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꼭 MBTI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항상 두려움이 앞섭니다.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먼저 걱정부터 앞서기 때문이지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결코 얻어질 수 없는 경험들은 다음번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 되어 두려움을 떨치고 나아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에버그린이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뿌듯한 마음으로 엄마 앞에 섰을 때의 그 당당한 표정은 독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나도 에버그린처럼 두렵지만 용감하게 도전해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지요. 아이들에게는 첫 심부름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며 어른들에게는 6부로 나누어진 이야기가 장편 동화를 읽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해 줍니다.

빛바랜 색과 세밀한 펜이 그려내는 그림 속의 장면들은 두려움에 떠는 토끼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달려드는 매의 모습, 거대한 곰과 대비되는 작은 다람쥐의 모습을 지금 어딘가 숲속에서 일어나는 사실처럼 보여줍니다. 천천히 자세히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그림 테두리에 숨어있는 에버그린을 찾는 재미도 잊지 마세요. 그렇게 우리 모두는 한마음으로 이 세상 모든 에버그린을 용기를 응원합니다.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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