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더울 땐 자연 속으로 떠나요! 《핫 도그》
[그림책을 보다] 더울 땐 자연 속으로 떠나요! 《핫 도그》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8.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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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도그》,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핫 도그》,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출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면 내비게이션이 켜지며 오늘의 날씨를 알려줍니다. 상냥한 목소리로 “오늘의 최고 기온은 35도입니다. 더위에 유의하세요.”하고 말해주지요. 그럼 저는 ‘아, 오늘도 몹시 덥겠구나. 각오해야겠는걸!’하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저녁에는 소금에 절인 배추보다도 더 땀에 절어 집에 돌아가곤 합니다.

매일매일 폭염에 덥고 더운 날이 계속되니 힘들기만 합니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 마시고 푸른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핫 도그》 본문 이미지 /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핫 도그》 본문 이미지 /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푹푹 찌는 한여름, 강한 햇볕에 달궈진 보도블록은 몹시 뜨겁습니다. 나뭇잎 몇 개 달린 빈약한 가로수의 그늘은 있으나 마나 하고, 공사장 소음과 사이렌 소리, 바삐 지나가는 많은 사람 때문에 더이상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무더위에 지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친 강아지는 횡단보도 중간에 털썩 주저앉아 버립니다.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빽빽한 털옷을 입고 있는 강아지는 얼마나 더울까요. 반려견의 마음을 알아챈 주인은 강아지를 번쩍 안아 들고선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탁 트인 하늘, 짭조름한 바람, 확 풍겨오는 새로운 곳의 냄새.

섬입니다. 자연 그대로인 섬. 여기라면, 강아지는 뛰놀 수 있어.

《핫 도그》 본문 이미지 /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핫 도그》 본문 이미지 /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목줄을 풀어주자 강아지는 그대로 모래사장을 내달립니다.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컹컹 짖기도 하고 좋아하는 돌을 주워 모아 탑을 쌓으며 즐거운 오후를 보냅니다. 어느새 어둑해진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시끄러운 전철 안이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주인의 얼굴을 핥습니다.

어느새 더위는 식고 거리의 사람들은 한결 여유로워 보입니다. 집에 도착한 강아지는 멋진 추억을 간직한 채 바닷속처럼 깊은 잠으로 빠져듭니다. 아까 미처 같이 놀지 못한 물개랑 신나게 노는 꿈을 꾸면서요.

《핫 도그》 본문 이미지 /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핫 도그》 본문 이미지 / 더그 살라티 글·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년 8월. (이미지=푸른책들 제공)

 

더위 때문에, 때로는 어떤 힘든 일 때문에 몹시 지쳤을 때 일상을 벗어난 잠시 동안의 휴식이 삶의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게 그리 힘들지 않을 테니까요. 이 책의 강아지처럼요.

맛있는 핫도그가 왜 ‘뜨거운 개’인지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프랑크 소시지는 야구 경기장 등지에서 사람들이 빵 사이에 넣어서 먹기 시작했는데, 기다란 소시지 모양이 긴 허리를 가진 닥스훈트와 닮아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불렸습니다. 뜨거운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은 음식을 ‘뜨거운 닥스훈트’라고 재미있게 부른 거지요.

한 만화가가 빵 사이에 소시지가 아닌 닥스훈트를 그린 만화를 신문에 게재할 때 닥스훈트의 철자가 어려워 ‘개’라고 표기한 이후 이 음식은 지금까지 ‘핫도그’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핫도그’라는 단어의 이중적인 의미에다가 원서로 읽을 때의 라임이 주는 리듬감이 더해져 매우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한글 번역본도 ‘너무 가까워, 너무 시끄러워, 너무 득시글거려’, ‘기차는 덜컹덜컹, 주위는 웅성웅성’과 같이 운율이 있어 소리 내어 읽기 참 좋습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도시는 붉은 색으로 시원한 바닷가는 파란색으로, 해가 진 후의 도시는 짙푸른색으로 그려져 더위에 지친 독자의 마음도 시원하게 바꿔줍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세계 곳곳의 산불, 홍수, 태풍 소식에 불편한 마음을 잠시 잊을 수 있게도 해주지만 언제까지나 푸르고 아름다울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아이들과 강아지가 신나게 뛰어노는 아름다운 자연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지구가 더이상 더워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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