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연속 비행 시 한두 시간 수업 못해"...학습권 보장 어떻게?
"전투기 연속 비행 시 한두 시간 수업 못해"...학습권 보장 어떻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7.01 15: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공항 주변 학습권 보장을 위한 환경 개선 토론회 개최
대구공항 활주로 직선 3km 이내 총 202개 교육시설 위치
'군소음보상법' 지원대상에 학교는 빠져... 지원 근거 마련 시급
"예민한 아이들 전투기 이륙 때 소음에 공포감까지 느껴"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도 대화가 안 될 때가 있다. 공항 바로 옆에 있어 항공기 소음 피해를 겪는 지역의 이야기다.

항공기 소음은 군에서 사용하는 포 소리를 제외하면 가장 큰 환경 소음으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나 철도와 달리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없고 공항이라는 특정 지역 위주로만 소음이 생겨 국지적인 성격을 갖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는 이러한 공항 근처 교육 시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환경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지난달 29일 소음대책지역 학교의 시설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학생과 교원의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군소음보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조명희 의원이 주최했다.

조 의원은 “일본은 국방성이 정한 ‘주택방음공사 표준방법설명서’에 따라 방음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은 미국연방항공청이 승인한 공항의 소음 호환성 프로그램 등 소음저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전투기와 항공기 소음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학교에 대한 소음피해 지원 근거가 부족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전했다.

(사진=황예찬 기자)
지난달 30일 국회에서는 '공항 주변 아이들 학습권 보장을 위한 환경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황예찬 기자)

◆ ‘민간 vs 군’...다르게 적용되는 보상 범위

국내 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국내·국제공항은 총 15개다. 인천과 김포, 여수 등 민간 전용이 7개, 청주와 대구, 광주 등 민·군 겸용이 8개다. 이 중 수원이나 광주, 대구 세 군데 공항은 다 도심지 근처에 있어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호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히 대구는 출력도 높고 개체가 큰, ‘전폭기’라고 부르는 강력한 소음을 가진 군용 비행기들이 뜨다 보니 큰 피해를 당하는 지역”이라면서 “학교보건법에 따른다면 소음피해 때문에 교육시설이 있어서는 안 될 지역인데도 시설이 들어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교보건법 제3조 제1항 제3호는 ‘교사 내의 소음은 55dB 이하로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박 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를 모두 합쳐 대구공항 활주로 기준 직선거리 3km 이내에 총 202개의 교육시설이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은 “군소음보상법이 지금도 있지만 거기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다루고 있지, 학교에 대한 보상은 빠져 있었다”면서 “경기도는 군소음보상법 보상 범위 밖에 있는 학교 지원을 경기도교육청에서 하겠다고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간 항공기 소음피해와 군 항공기 소음피해는 관할과 적용 범위가 다르다.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은 민간 항공기 소음피해를 입은 학교를 대상으로 방음 시설, 하절기 전기 요금, 장학생 선발 등을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국방부가 관할하는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군소음보상법)’에는 보상 범위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만 보상금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선희 경기도교육청 교육환경개선과 사무관은 “민간 항공기 소음은 명백한 지원 기준이 마련돼 있는데 군소음보상법에는 지원 대상에 학교가 빠져있다”면서 “지원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중창, 냉난방 장비 등 시설 개선 지원 외에도 소음에 노출된 학생과 교직원이 건강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포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자들이 군 공항 소음과 학습권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명희 의원실 제공)
패널 토론자들이 군 공항 소음과 학습권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명희 의원실 제공)

◆ 한두 시간 수업 못할 때도...구조적 해결 필요

양승대 군소음피해국민연대 상임대표는 “군 공항 소음 문제는 구조적 문제”라면서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교육부가 얽힌 이 구도에서 아이들의 학습권 측면에서 본다면 사실상 교육부는 피해자 입장 아니냐,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먼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용 항공기 소음 평가 단위도 웨클(WECPNL)이 아닌 데시벨(dB)로 바꿔야 한다”며 “웨클로 측정하면 실제로 소음 평가 기준에 들어맞더라도 수업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웨클은 단순히 소리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데시벨과 달리 시간대에 따라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항공기의 소리가 조금씩 커져 최고음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작아지는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주변이 시끄러운 낮 시간대와 조용한 밤 시간대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주민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오는 2023년부터 민간공항 항공기 소음 측정 단위를 웨클에서 데시벨로 변경하기로 한 바 있다.

김유미 대구안일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시청각 수업이나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서는 비행기 이륙으로 한번 흐름을 놓치면 다시 따라가기도 어렵다. 심하면 이중창을 닫아도 수업을 할 수 없고, 전투기가 연속으로 비행할 때면 한두 시간은 수업을 못하고 지나갈 때도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소리에 예민한 아이들은 전투기가 이륙할 때 귀를 막고 멈춰 서서 소리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다른 지역에서 진학해 온 아이들은 적응하기 매우 어려워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는 소음 지역에 있는 학교마다 교실과 실외 소음도를 측정하고 연간 수업 중단 시간 등을 계량화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문제가 제도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법적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조명희 의원실 제공)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앞줄 왼쪽에서 여덟번째)이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명희 의원실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