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발당한 김우남 마사회장 “부정채용 의도 없었다”...권력 싸움 희생양?
[단독] 고발당한 김우남 마사회장 “부정채용 의도 없었다”...권력 싸움 희생양?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5.1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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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폭언 있었지만..."특별 채용 검토한 것"
내부 기득권 혁신에 반발해 움직였나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한국마사회 노동조합(마사회 노조)이 지난 14일 자신의 측근 채용을 반대한 직원에게 폭언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마사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은 올해 3월 새롭게 취임했다.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4월 11일, 부하 직원에게 부정 채용을 강요하고 폭언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김 회장의 욕설과 거친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이 결정적이었다.

청와대는 곧바로 민정수석실에 감찰을 지시했고, 지난 7일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한국마사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의 비서실장 채용 검토를 지시한 사실과 특별채용 불가를 보고하는 인사 담당과 다른 직원들에게도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국마사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규정에 따라 조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사회 노조에서는 김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마사회 노조는 지난 14일 경기남부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 경영 정상화와 범법자의 원활한 수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김 회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함께 조속한 해임 조처로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 회장은 지난 14일 ‘2021 HETI(세계재활승마연맹) 세계대회’ 막바지 작업을 위한 제3차 조직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 욕설·폭언은 인정...정말 ‘부정 채용 강요’였나?

한편 일각에서는 김우남 회장의 ‘자진 사퇴’ ‘해임’을 종용하는 마사회 노조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원을 향한 욕설과 폭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김 회장이 정말 부정 채용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 규정은 회장이 자신의 비서실장과 기사를 임기 동안 고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임기 동안’이라는 조건부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인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앞서 국민권익위에서는 이러한 마사회 규정을 오는 6월 말까지 개정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퇴직 직원을 채용하는 등 채용 과정에서 기관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회장 측근의 특별 고용은 금지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다.

마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마사회 내부에 이러한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취임과 함께 자신의 의원 시절 보좌관을 채용할 수 있는지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사회 관계자는 “국회 사정을 잘 알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김 회장과 폭언 피해 직원 사이에 마찰이 생겼다. 김 회장은 특별 채용과 관련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하기를 원했는데, 피해 직원은 “농식품부 주무관으로부터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답한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폭언 피해 직원은 인사를 담당하는 간부였다”며 “회장님께서는 인사 담당 간부가 주무부처와 협의하면서 간부급이 아닌 주무관의 대답만으로 ‘안 된다’고 하자 화가 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욕설과 폭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회장도 언론에 자신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자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그 욕설이 나오기까지의 상황이 과연 ‘부정 채용 강요’였다고 확정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남은 셈이다. 김 회장으로서는 주무부처와 협의하면서 특별 채용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과정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역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김 회장이 비서실장 채용 검토를 지시한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 채용’이라는 언급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한국마사회 (사진=베이비타임즈)
한국마사회 (사진=베이비타임즈)

◆ '경영 혁신' 내세운 김 회장...내부 기득권 반발 가능성도

아울러 마사회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내부 기득권 세력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폭언 사태는 김 회장이 마사회장으로 취임한 지 사흘 만인 지난 3월 6일 일어난 일이다. 마사회 간부였던 피해 직원이 회장 취임 사흘 만에 마치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는 것처럼 녹취를 준비한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피해 직원은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급하게 녹음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휴대용 녹음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며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할 만한 행동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폭언이 있었던 시점과 언론에 폭로된 시점이 차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피해 직원은 3월 6일에 욕설과 폭언 피해를 받았지만, 언론에 폭로한 것은 한 달이 지난 4월 11일이었다. 

김 회장이 회장 직속부서 4개 보직에 인사발령을 내리고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사건이 단순한 폭언 사태를 넘어 내부 권력 다툼 문제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회의원 시절 내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활동한 김 회장은 취임 때부터 마사회의 쇄신과 혁신, 체질 개선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 경영을 혁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 내부 사정에 밝은 회장님께서 ‘혁신’을 들고 나오자 내부 기득권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폭언을 당한 직원도 노동조합에 가입된 일반 직원이 아닌 간부였다. 간부가 회장에게 폭언을 당하자 노조가 간부 편을 들며 ‘회장 사퇴’를 외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취재에 따르면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마사회 내부 5개 노조 중 1개 노조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천 렛츠런파크 (사진=베이비타임즈)
과천 렛츠런파크 (사진=베이비타임즈)

◆ 회장 사퇴, 정말 필요할까 “관련 산업 살리는 데 주력해야”

김 회장이 노조의 주장대로 농식품부의 조치 이전에 ‘자진 사퇴’를 하게 된다면 마사회는 다시 경영 공백 상황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약 4400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마사회에는 큰 타격이 될 게 뻔하다.

마사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 12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에서도 상정되지 못했다.

만약 김 회장이 국회 농해수위에서 12년 동안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법안 통과에 앞장선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마사회 입장에서는 ‘발이 묶인’ 것이 아쉬운 모양새다.

마사회 관계자는 “욕설과 폭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노조가 주장하는 ‘회장 사퇴’가 정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인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주와 기수, 조교사 등 경마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 생계가 달린 사람들을 얼추 어림잡으면 3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며 “이들을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자신의 전문성을 펼칠 기회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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