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은 통합 진통에 금융당국 오락가락
하나.외은 통합 진통에 금융당국 오락가락
  • 허경태
  • 승인 2015.01.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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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금융 손들어줄 확률 높아, 외은 노조는 발끈

[베이비타임즈=허경태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중으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통합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측의 대화가 파행을 거듭하자 금융당국도 "합의 없이 승인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은 않겠다는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8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외은 노조가 합의문과 별개인 비정규직 사항을 두고 계속 요구를 하고 있다"며 "대화기구발족 합의문에 대해서는 서로 이견이 없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하면 이를 승인하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합병과 상관없는 사안을 노조가 계속 제기해 언제까지 합의를 종용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든다"며 "사측이 합병신청을 하면 상황을 봐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금융위의 태도 변화는 외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계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통합승인신청서를 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을 짓지 않았다"며 "외은 노조와 더 대화를 한 후 신청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합병 기일을 2월1일에서 3월1일로 늦춘 만큼 하나금융도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이달 내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하나금융이 이달 내 통합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게 되면 금융위는 심사 및 검토 후 내달 중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외은 노조는 발끈하는 모양새다. 

외은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의 구체적 입장을 지켜볼 것"이라며 "하나금융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외은노조는 대화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나금융과 외은 노조는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의 모든 쟁점사항에 대해 구두합의를 끝냈으나 최종 서명을 못 했다. 

외은노조가 2013년 10월 하나금융이 약속했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시행을 선결과제로 내세우며 통합합의 대화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외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외환은행 추가인건비용만 600억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무기계약직 1400명에도 적용할 시 총 1000억원 안팎의 추가비가 드는 만큼, 하나금융 측은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어왔다.

한편 금융위의 입장 변화를 두고 금융계 안팎에서는 일관되지 않은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를 두고 말들이 많은 실정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작년 7월 "약속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연히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고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위는 (5년 독립경영 보장 내용을 담은) 2·17 합의서는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나금융 측이 몇차례 노조 사인없는 '양행 통합 승인신청'을 금융위에 신청하려다 포기한 것도 신 위원장의 이러한 원칙론과 무관치 않았다.

금융계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위 스스로가 통합승인의 전제조건을 '노사 합의'로 못박고 사측의 신청서 접수조차 거부함으로써 노조의 이기주의를 극대화하는 역효과를 내 협상진전을 애초에 가로막았다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정부입장이 바뀌었다기 보다 작년말 노사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상황이 달라졌고 통합에 따른 잡음을 언제까지 정부가 기다려야 하느냐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아 어떡해야 할지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고 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노조의 조직이기주의가 핵심은행 중 하나를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작년 5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갈등에 대해 임영록 전 지주회장의 징계수위를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바꾼 일이나, 금융위가 야심차게 준비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반발하자 지난달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의무화 대상에 제2금융권을 제외하는 등 금융위의 일관성 없는 행정을 성토하는 분위기마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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