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혼 기피·저출산’ 부추기는 방송 프로그램 문제 없나
[기자수첩] ‘결혼 기피·저출산’ 부추기는 방송 프로그램 문제 없나
  • 장선희 기자
  • 승인 2023.06.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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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위기’ 극복 위해 언론·방송 함께 나서야 할 때
장선희 기자
장선희 기자

[베이비타임즈=장선희 기자] “임신하고 나니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너무 많아져서 힘든데 TV를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느낌이에요”

“TV 프로그램을 보면 고부간의 갈등이나 결혼 현실 때문에 딩크족이 자유롭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오은영 박사가 될 수는 없잖아요. 부부들의 일상과 양육 현실을 보면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없어집니다”

유명 맘카페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육아의 어려움만 부각시키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걱정 섞인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3923개교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소멸 위기’라는 재앙이 시시각각 다가오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에서는 여러 대책을 내놓으며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결과물이나 현실적 성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육아의 고충, 경력 단절 여성의 어려움을 부각하는 반면에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결혼하지 않았거나 이혼 후 싱글이 된 연예인들의 자유로운 삶이 행복한 인생인 것처럼 방영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의 제목만 봐도 그렇다. ‘결혼 지옥’, ‘결혼은 미친 짓이다’, ‘결혼 전쟁’, ‘나 혼자 산다’, ‘결혼 말고 동거’ 등 프로그램명만 봐도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결과적으로 저출산을 오히려 장려하는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오은영 박사가 다양한 부부들의 경제문제, 육아와 산후우울증, 성격 차이, 황혼 갈등, 부부관계 등 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다뤄 현실 문제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취지는 좋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춰가면서 시청자들은 오히려 가정생활의 부정적인 점을 인식하고 미혼 남녀에게 가정생활에 두려움을 갖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며느라기’라는 웹드라마는 여성들이 겪는 시집살이를 현실적으로 그려 큰 인기를 모았다. 이 드라마 또한 결혼 후 새내기 부부의 시집살이 풍경을 꼬집으며 결혼생활을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명절, 제사, 시어머니 생신, 육아 등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으나 미혼 여성들은 ‘K-시월드’의 부정적 가치관을 갖게 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또 결혼으로 인해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도 늘어나 결혼을 하면 여성들은 득보다 실이 크고 ‘솔로시대·비혼사회’를 선호하는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형성시켰다.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 유명인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1인 가구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고 고착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언론, 특히 방송이 결혼과 육아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다루고 사회적인 친결혼, 친육아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본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동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게 할지를 문화를 선도하고 사회 계도 기능을 가진 방송과 언론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만들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행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가족의 의미와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언론, 특히 방송이 바람직한 가정생활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출산장려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며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방송의 사회적, 공익적 역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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