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부담이 놀이시설 안전진단 ‘걸림돌’
경제적 부담이 놀이시설 안전진단 ‘걸림돌’
  • 지성용
  • 승인 2014.12.1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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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놀이터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베이비타임즈=지성용 기자]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검사 경과기간 만료를 1개월여 앞두고도 놀이시설의 개보수와 안전진단이 미진한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가 지난 2008년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안전관리법)’을 제정해 보육시설·공동주택 등지에 설치된 놀이터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고시하는 시설기준·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설치돼야 하고, 안전검사기관으로부터 설치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음에도 내년 1월26일까지 유예기간을 둔 것도 개보수 비용 문제 때문이었다.

◇개보수 비용 문제가 핵심 요인 = 주택단지의 놀이시설 설치검사 미이행률이 높은 것은 비용 부담 탓이 크다.
안전행정부 등 정부는 1980~1990년대 건설된 노후 놀이시설에 대한 개보수 비용이 대략 2000~3000만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 전에 지은 아파트가 설치검사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놀이시설 교체 및 보수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비용을 아파트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데 있다.

특히 2004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 내 놀이시설은 안전인증 자체가 없어 전부 교체해야 한다. 교체 비용이 1개 놀이터당 2000만~3000만원이어서, 놀이터가 많은 아파트의 경우 많게는 7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서울시의 경우 11월 현재 전체 7664개소에 달하는 시내 놀이시설 중 1234개소(17%)가 아직도 설치검사 절차를 밟지 못했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주택단지 놀이시설은 검사를 받지 않은 비율이 더 높다.

▲ 어린이놀이터

 


◇노령층 중심 입주민 변화도 걸림돌 = 주택단지 놀이시설의 개보수·설치검사율이 낮은 것은 입주민 구성이 바뀌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놀이시설 개선은 아파트 관리비용에 포함된 장기수선부담금 등으로 충당되지만 입주민 중 어린이가 있는 가구는 크게 줄고 있는 반면,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비용투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 때문에 수백세대 수준의 소규모 아파트 단지의 놀이시설 설치검사가 더 미진하다. 세대 수가 많은 공동주택의 경우 적립한 부담금이 많지만, 세대 수가 적을수록 적립액이 많지 않아 2000~3000만원에 달하는 개보수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검사기관 부족도 개선해야 = 안전검사기관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내 놀이시설은 7000여곳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검사기관이 5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경과기간 만료를 앞두고 검사 신청이 몰려 검사가 늦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전점검이 너무 까다롭고 중복되는 점도 설치안전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송창영 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현행법은 동일한 내용의 안전점검을 세 차례나 받게 되는 등 지나치게 까다로워 어린이들의 놀 권리가 침해받는 것은 물론 국민의 경제적 부담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어린이놀이터

 


◇놀이시설 불합격 사유 ‘돌출된 나사’ = 주택단지 어린이놀이시설 가운데 4분의1 정도가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불합격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불합격 사유는 대부분 관리부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가 분석한 불합격 사유로는 ▲위험한 바닥과 갈라진 놀이기구 ▲돌출된 나사 ▲날카로운 모서리 ▲60도를 넘는 그네 회전각 ▲고정되지 않은 그네 회전축 등이었다.

안전검사에 합격한 놀이시설은 ▲충격 흡수형 표면재 ▲보호 처리된 나사 ▲부드럽게 마감 처리된 모서리 ▲안전한 난관과 노출되지 않은 기둥 기초부 ▲어린이 놀이터 표지판 설치 등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최영화 삼성화재 수석연구원은 “놀이시설 4개 중 1개, 인구통계를 반영하면 120만명의 아이들이 놀 곳이 없어질 수 있다”며 “놀이시설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놀이시설 배상책임보험에 꼭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놀이터 폐쇄 사태 ‘봇물’ 우려 = 더 큰 문제는 설치검사를 받지 않아 이용정지 처분이 내려지게 되면 놀이터를 폐쇄하거나 이용정치 조치를 내리는 등 안전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기도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놀이시설 가운데 불합격판정을 받은 시설 중 434개소는 이용금지 및 폐쇄조치, 46개소는 철거조치됐다.

서울의 모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이 별로 없는 데 비싼 비용을 들여 놀이시설에 대한 설치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놀이터를 폐쇄하고 아예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주민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병연 서울시 생활안전팀장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닌 데다 시설개보수를 강제할 수 없어 최대한 유예기간 안에 설치감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시설폐쇄 등 법령에 따른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놀이터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위반시 형사처벌 = 현행법상 2008년 1월 27일 이전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시설의 관리주체는 2015년 1월 26일까지 의무적으로 안전검사를 받아야 하며, 검사에 불합격하면 폐쇄나 이용금지 조치한 후 기준에 맞게 시설을 재설치해야 한다.

안전검사에 불합격하고도 놀이시설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어린이들이 계속 사용하도록 할 경우 놀이시설 관리주체나 아파트 관리소장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어기면 해당 놀이시설의 폐쇄는 물론이고 대표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실제로 울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구청의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도 아무 조치 없이 아파트 놀이시설을 방치한 혐의(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위반)로 아파트 관리소장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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