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불발 가능성" 현대차-기아에 정말 악재일까?
"애플카 불발 가능성" 현대차-기아에 정말 악재일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2.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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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8일 애플과 '애플카' 관련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오전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연초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현대차와 애플의 협업 논의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투자자들은 일제히 현대차 그룹주를 매도했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전일보다 6.21%, 14.98%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도 종가 기준 전일 대비 각각 8.65%, 11.9% 하락했다. 애플카 논의 중단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본사 인근에서 전기차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타이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는 이 프로젝트를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으로 전환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애플은 2016년에 자동차 관련 도메인을 사들였고, 2017년에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2018~2019년에는 테슬라 엔지니어 영입,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인수 등의 행보를 이어왔다. 기업 분석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토대로 애플에서 여전히 차량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본다.

이러한 애플이 자율주행차 파트너로 현대차를 골랐다는 소문이 돈 것은 지난달 초였다. 1월 8일,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 주가는 이 소식에 수직 상승하며 종가 기준 24만600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19.42% 올랐다. 당시 현대차는 곧바로 공시를 내고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이달 초까지 양사 협업이 합의에 가까웠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 8일, 협업 관련 소문이 나온 지 꼭 한 달 만에 논의 중단이 발표된 것이다. 업계는 애플의 '비밀주의' 전략과 현대차그룹의 주도권 상실 우려가 논의 중단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의 협업 불발이 현대차에 큰 악재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현대차의 기업 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요소는 지난해 공개한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3월 E-GMP의 첫 전기차 전용모델인 아이오닉5를 유럽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 2025년까지 파생모델을 포함해 12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해 연간 56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의 E-GMP를 주목하고 있다. E-GMP는 전기차 기업 '리막'과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업 '카누'의 장점만 흡수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특히 '카누'는 앞서 애플이 접근했지만,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은 현대의 리막과 카누의 장점을 살린 플랫폼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오닉과 제네시스의 판매가 중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이오닉 5 출시 시점인 3월에 유럽시장 소비자 반응이 주가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애플과의 협업 중단이 현대차의 핵심 기술을 사용할 기회를 없앤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은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추세를 봐도 알 수 있다. 비록 지난 8일 투자자들의 실망감 때문에 현대차그룹 관련 주가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으나, 애플카 협업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7일 종가와 비교하면 모두 오른 상태다. 애플카 이슈 때문에 8일 주가가 크게 빠졌음에도,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견고하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9일 오전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관련주는 모두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는 전날 공시로 인한 실망감 등의 부정적 요인이 이미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 오히려 3월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5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주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기업 가치의 핵심 요소인 E-GMP 기반 전기차로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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