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데 찝찝해”…열받은 A씨의 코로나19 의심기
“다행인데 찝찝해”…열받은 A씨의 코로나19 의심기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3.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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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발열·인후통 등 징후로 의료 기관 찾는 사람들
불안한 마음에 전화는 하지만, 문의 사항 해소는 글쎄...
병원 내 진료 판단 위한 휴대용 체온계 측정, 과연 정확도는?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아직 감기 등의 계절병 빈도가 높은 ‘기침의 계절’인데, 요즘 같아서는 오히려 독감에 걸리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부지기 수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Pendemic)’이 전세계를 집어삼킨 2020년의 시작, 사람들은 단순 재채기·스쳐가는 열병·짧은 인후통에도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코로나19 진료를 위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가 진료소 주변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코로나19 진료를 위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가 진료소 주변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

여기 A씨도 코로나19 의심 공포에 직면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일주일 전, 목넘김 시 약간의 불편함 그리고 몸살기를 느낀 A씨는 질병관리본부 1339에 전화해 현 증상에 대한 조치 방법을 문의했다고 한다.

당시 A씨는 기준에 합당한 중국 또는 대구 방문 이력도, 코로나19 확진자와의 접촉 사항도 없었으며 가래 또는 기침 등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경과 추이를 살펴보기로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그로부터 3일째 되는 날, 초기 몸살로만 생각했던 오한 증세가 발열로 바뀌었다. A씨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넘김 관련 증상은 불편함을 느꼈던 바로 다음날 사라졌으며 발열 증세 외에는 이상 증세가 없었으므로, 며칠 더 몸 상태를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4일이 지났지만 A씨의 발열 증세는 쉬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세상은 24시간 코로나19 확진자 현황과 사망자 소식으로 시끄러웠고, 전국 곳곳은 임시 폐쇄·재택 근무·개학 연기·방역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및 체온계는 없어서 못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기침 또는 오한의 기미가 나타나는 사람들은 ‘혹시나 몸 속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자체적으로 외부 출입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씨의 공포심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1339에 전화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발열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이상해 지역 내 보건소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상담원에게 돌아온 대답은 일주일 전과 다르지 않았다. 의심 증상은 발열밖에 없으므로 보건소를 찾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근처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병원에서도 거절당하면 대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가보라고 했다. 단, 1차 문진 경우에 따라 선별진료소에서도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허탈했지만 당장의 불안함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동네 병원에 전화를 했다. 혹시라도 병원 방문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방문 요건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문의 결과, 병원 측에서는 체온을 쟀을 때 37.2도 이하이면 병원 방문 및 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단, 체온은 병원 입구 밖에서도 잴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앞서 체온계 구입 실패로 자가체온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병원을 직접 찾아 체온을 재기로 결정했다.

A씨가 병원을 찾아가자 고막체온계를 든 의사가 병원 밖으로 나왔다. 알콜 솜으로 소독한 체온계를 양쪽 귀에 넣고 체온을 재기 시작했다.

그 결과 A씨는 지극히 정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오른쪽 각각 37.2도에 훨씬 못미치는 약 34도 35도인 것으로 측정됐다.

본인이 이상한 것일까, 공포스러운 사회 분위기로 예민해진 탓에 평소와 다름없는 체온에도 열이 난다고 느꼈던 것일까. 결국 A씨는 아무런 조치나 안내도 듣지 못하고 민망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그 이후에도 열이나고 욱신거리는 느낌은 여전해 체온 결과에 대한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물론 무척 다행스러운 결과였지만 말이다.

고막체온계를 이용해 체온을 재고 있는 학생의 모습. (사진제공=세종시 교육청)
고막체온계를 이용해 체온을 재고 있는 학생의 모습. (사진제공=세종시 교육청)

최근 A씨와 같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마스크·손소독제·체온계 등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비 수급마저 부족한 상황이라 그 공포심의 크기는 더욱 크다.

이러한 국민들이 외부 위험요소로부터 본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결국 정부의 공식 지침뿐이다. 하지만 안내 절차에 따라 행동해도, 정작 되돌아 오는 답변은 결국 ‘진단’이 아닌 ‘방문 금지’다.

현재 체내 이상징후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본인이 보건소 또는 선별 진료소에 갈 수 있는 대상자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현재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적절한 조치 안내, 단지 그 뿐이다.

물론 혹시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 보균자의 의료기관 방문을 방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외의 유사 증상자들에 대한 정확한 진료 조치 매뉴얼을 확립하는 것도 필요한 듯 보인다.

아울러, 현재 외부인의 병원 출입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는 휴대용 고막체온계 측정이 과연 적절한 측정 환경에서 정확한 결과값을 이끌어 내 줄 수 있는지도 되짚어 볼 과제다.

고막체온계의 경우, 추운 겨울 야외와 실내에서 재는 온도값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고막체온계는 기온이 낮은 계절 야외 측정 시 더 낮은 온도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게 결국, 언제 사그러들지 모를 코로나19 공포를 간접적으로 겪어낸 A씨는 그래도 다행이라는 안심과 함께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남기고 집에 돌아와 해열제를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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