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카트 안전사고’ 급증
‘쇼핑카트 안전사고’ 급증
  • 이현아
  • 승인 2012.10.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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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초보 엄마 나향춘(가명·31·여)씨는 올해 초 한 대형마트에서 겪었던 일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20개월이 막 지난 아들을 쇼핑카트에 태우고 장을 보던 중이었다. 순간 아들이 찢어질 듯 한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손가락에서는 피도 철철 흐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가 앉아있는 곳의 철사가 끊어져 상처가 난 것이었다. 나씨는 “아이가 앉는 자리에 날카로운 손상이 생겼는데도 그냥 비치해놓다니…. 구멍가게도 아닌 대형마트에서 이 정도밖에 관리가 안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2. 대학생 박영서(가명·27)씨는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쇼핑카트가 무빙워크에서 계속 헛바퀴를 도는 것이었다. 결국 박씨는 고장난 카트와 뒤따라오던 한 아주머니의 카트 사이에 낀 채로 몇 분을 서 있었다. 중심이라도 잃으면 무빙워크에 옷이 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박씨는 무엇보다 대형마트의 안일한 태도에 화가 났다고 했다. “컴플레인을 하려 했지만 마트 직원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을 뿐이었고 마트 측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쇼핑카트 안전사고가 급증세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마련했다지만 관리 소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피해 연령도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대형마트 등 관련업계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8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유통시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896건 중 쇼핑카트 관련 사고가 260건(29%)으로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는 2004년 42건에서 2010년 125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영·유아 피해 사례가 전체의 62%(312건)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해 3월 지경부는 쇼핑카트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강화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아용 뿐 아니라 어린이용 쇼핑카트에 대해 안전벨트 설치를 의무화하고 안전표시 방법을 개선하는 등 관련 업계에 협조를 권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쇼핑카트 안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경기도 남양주시의 대형할인점 L마트에서 카트 안전사고가 발생해 어린이 2명이 다쳤다. 무빙워크 위에 있던 유아용카트가 2, 3세 아동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미끄러진 것이다.

이와 관련 대형마트 등 관련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사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책임을 통감하지만 고객의 부주의에 따른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말라는 것이다.

L마트 관계자는 “마트 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하지만 상황에 따라 역학조사를 해야할 때도 있다”며 “고객이 마트의 안내사항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나지 않는 매장은 다 이유가 있다”며 “카트가 새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마트의 철저한 관리와 함께 소비자의 안전의식이 같이 맞물려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항변했다. “마트 측에만 책임을 물을 경우 매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카트 관리에 대해서는 “매월 전수조사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점포별로 모아서 수리하거나 카트 제조업체로부터 애프터서비스(A/S)를 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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