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부모가 욱하면 아이는 ‘분노조절장애’ 생길 수 있다
[김영화칼럼] 부모가 욱하면 아이는 ‘분노조절장애’ 생길 수 있다
  • 온라인팀
  • 승인 2016.07.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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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우리는 모두 때로 화가 납니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욕을 하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십대 아이가 ‘친구가 이유 없이 웃었다’는 이유로 기분 나쁘다며 뾰족한 연필로 친구의 눈과 입을 찌르고 때렸다면, 이 아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에 화를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나, 충동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충동조절장애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주 독일에서 발생한 9명을 숨지게 한 총기난사 사건은 학교에서 왕따 당한 10대 청소년이 벌인 ‘묻지마 총기난사’ 사건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치열한 입시경쟁, 취업경쟁 속에서 남들보다 뒤처져 생긴 상대적 좌절감과 열등감 때문에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분노를 감추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언제든 ‘분노조절장애’를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10대들의 문제행동 뒤에는 불만 많은 부모들이 있다

청소년 상담기관에서 각종 폭력범죄에 연루돼 생애 처음으로 경찰서를 찾게 된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청소년 문제 뒤에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부모들이 있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웃이나 주변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아 분노를 쉽게 느끼고 또 그 불만을 “재수 없는 인간” “쓸모없는 인간”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쉽게 욕하는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자녀들이 더 충동적이고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폭력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충동조절과 감정표현방식에도 ‘밥상머리’ 교육자인 부모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 사회와 부모의 영향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운 세 살’ 때 보이는 분노발작(탄트럼)

우리가 매일 느끼고 있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성장하면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3~4세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노발작’을 드러내게 되는데, 유아기의 분노감정은 대부분 화내기, 떼쓰기로 나타납니다. 누워서 머리를 땅에 박고 뒹굴거나, 소리를 지르고 숨이 넘어갈 듯 크게 우는 등 신체적인 표현으로 나타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원하는 것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거나, 말로 표현하기가 답답하다고 느낄 때 ‘분노발작’을 드러냅니다. 주로 부모와의 힘겨루기에서 주도성, 자율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도 떼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분노발작을 보일 때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부모의 반응에 따라서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된 후에도 스스로 분노를 잘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시기에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신경질적인 부모나 화를 잘 내는 부모 아래서 자란 경우, 아이는 자신의 분노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꾹 누르고만 있다가 분노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것’처럼 감정조절 또한 유아시절부터 부모의 무릎에서 배운 버릇이 평생 이어지는 것입니다. 부모가 떼쓰는 아이를 달래려 하지 않고 화만 내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없게 됩니다. 

바람직한 양육태도는?

대부분의 3~4세의 분노발작은 금방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숨이 넘어갈 듯이 울면서 발작을 일으킨다면 애써 달래려 하기보다는 잠시 아이가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분노발작을 지나치게 자주 나타내는 경우에는 부모는 자신의 양육태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간섭을 하지는 않는지, 과잉보호로 오히려 아이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지는 않는지, 아이에게 화내거나 아이를 비난하면서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80/20 규칙의 스트레스 완화법을 부모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

80/20 규칙의 스트레스 완화법이란 노력의 첫 20퍼센트가 80퍼센트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킨다는 뜻입니다. 

부모들도 매일 같이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시대에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도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화날 때 복식호흡 10번하기, 마음을 가라앉히는 명상,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등은 과학적인 스트레스 완화법입니다. 스트레스 80퍼센트가 줄어드는 자신만의 특별한 스트레스 완화법을 지금당장 실천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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