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원영이를 살려내라
[김호중칼럼] 원영이를 살려내라
  • 온라인팀
  • 승인 2016.03.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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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제2의 원영이를 막기 위해 침묵을 깨야 한다
경기사회복지사협회에서 100만 서명운동 진행

최근 우리는 실종된 원영이 전단을 SNS로 수없이 공유하며
아이가 안전하게 돌아오길 학수고대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과 CCTV 확인 등 실종된 원영이 찾기에 나섰지만, 불과 며칠 만에 암매장된 것으로 확인했다. 일곱 살 원영이는 부모의 학대를 이기지 못해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원영이가 최근 계모로부터 학대받은 이유는 오줌을 가리지 못해서였다. 원영이는 욕실로 끌려가 락스와 찬물을 뒤집어 써야 했고 20시간 이상 차갑고 어두운 곳에서 점점 체온이 식어갔다.

원영이에 대한 체벌과 학대는 지난 2013년 지역아동센터 직원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직원은 추운 겨울날 얇은 옷을 입은 원영이 남매를 발견하는 순간 학대를 의심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과정에서 몸에 난 학대 흔적을 확인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사례를 보고했다.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나서 가정방문으로 부모를 면담하고 조사를 마쳤다. 이때 경찰관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이른바 특례법인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이 법에는 수사기관의 장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은 서로 동행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동행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경찰관이 아동학대와 관련해 특별한 관심을 갖는 다는 것은 예방적 효과가 작지 않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원영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하지도 못했다. 합의했던 부모가 변심해 이마저도 거부했다. 아이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특례법에 의하면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현장에 출입해 아동 또는 학대 행위자를 조사하거나 질문할 수 있다.

또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가해 부모와 격리, 피해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등의 응급조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이전의 일이었고, 추가적인 학대정황이 없어 지난해 4월30일 사례관리는 종결됐다.

이날 이후 원영이에 대한 공적 감시망은 깜깜이가 됐다. 그나마 다니던 유치원도 그만뒀기 때문에 약 1년 동안 그들의 가정에서 발생한 일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됐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타인으로부터 엄격하게 보호받는 곳이다. 원영이 부모는 이점을 노려 부모가 아닌 학대자에 불과했다.

제2의 원영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학대받는 순간 학대자의 분노는 큰 소리와 학대받는 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이웃집까지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귀 막고 눈 감고 있다면 사회의식이 바뀌어야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이웃사촌의 정은 프라이버시에 압도됐다. 한국의 대표 정서인 이웃사촌을 회복하기 위한 지역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

법체계도 문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면 가중처벌 되지만, 부모가 자식을 죽이면 가중처벌을 받지 않는다. 효가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패륜에 대한 눈초리만 따가운 것이다. 새롭게 구성될 제 20대 국회에서 이 불균형이 개선될 수 있을까.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를 중심으로 사회복지계의 100만인 국민서명이 진행 중이다. 학대자 처벌강화와 학교사회복지사제도를 제도권에 정착시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외치는 것이다. 이 외침들이 침묵하는 양심을 진동시켜 사회적 약자가 더 보호받는 정의로운 창이 되길 바란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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