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부모 초기대응이 아이 치료 좌우한다
성폭력, 부모 초기대응이 아이 치료 좌우한다
  • 김아름
  • 승인 2013.03.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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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력 피해 부모의 대부분은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성폭력 사실 자체를 잊으려 한다. 때문에 아이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부모보다 “미안해, 엄마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성폭력 상담치료는 성폭력 사실을 잊게 하거나, 억압하는 게 아닌 익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의 경우 성폭력 사건의 초기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말하느냐에 따라 성폭력 치료의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부모의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는 피해아동 ‘지지자’

 

 

“아동성폭력은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치료 속도가 결정됩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에게 ‘말 하지 마, 잊어, 나쁜 일이야’라고 말하면 아이는 엄마 말을 듣고, 잊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행동입니다. 부모는 상담가가 아닌 ‘지지자’이기 때문입니다.”

연세대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해바라기아동센터 소장을 지내고 있는 송동호 교수는 아동성폭력 피해 부모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송 교수는 아동이 성폭력 사실을 말할 때 부모의 초기 반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에게 다그치듯 캐묻기보다, 편안한 상황과 분위기에서 물어봐야 한다. 만약 부모가 ‘너 그런 일이 있지 않았지’라는 식으로 짐작만으로 이야기하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고 기억한다.

이를 ‘오염’이라고 하는데, 아이 기억이 변하거나 사실과 다른 상황을 기억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염되면 치료하거나 수사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부모는 아이기억이 오염되거나 힘들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지지자’ 역할을 해야 한다.

조기 치유 안되면 ‘잘못된 인격’ 형성

“아동성폭력은 초기에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통사고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교통사고와 다르게 성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에게만 나타나는 모습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행동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상대방과 자신의 성기를 만지거나, 성에 관심이 많아지거나, 엄마를 상대로 똑같은 행동을 하려고 합니다. 남자 아이들은 항문에 관심 있어 합니다.”

피해 아동들이 성에 대해 관심 갖는 이유는 성에 대해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처음 경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것인지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 해봤기 때문에 아이들은 흥미를 느낀다.

이런 성행동을 적절한 시기에 치유하지 못하면 성에 대한 자아가 잘못 형성된다. 성폭력 치료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에 대한 자아나 인격의 형성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을 하찮게 여기거나, 이미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는 등이다. 심각한 경우, 성을 가볍게 여겨 관계를 쉽게 가진다.

송 교수는 “어리면 어릴수록 상담치료는 빨리 시행돼야 합니다. 또 부모의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이후의 부모 역할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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