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손이 기억하는 창의적인 세상
[조영임칼럼] 손이 기억하는 창의적인 세상
  • 온라인팀
  • 승인 2015.04.1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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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어릴 때 손을 많이 쓸수록 뇌 기능 향상

1930년대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학에서 일했던 신경외과 전문의인 와일더 펜필드 박사(Wilder Penfield)는 “뇌지도”를 만든 박사로 유명하다.

그는 두개골이 열린 채 수술을 받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간질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간질의 진원지를 찾아 뇌 표면의 이곳저곳을 전극으로 조심스레 찌르던 중, 측두엽(관자놀이에 위치한 뇌의 한 영역)의 한 부위를 자극했을 때 환자가 보여주는 특징들을 이상히 여겨 대뇌피질 하나하나를 자극하면서 반복적인 실험 끝에 뇌지도를 완성했다.

펜필드 박사의 뇌지도를 보면, 입술과 손이 아주 크게 나타나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우리 뇌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나타낸 것으로, 입과 손이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뇌의 활성화에 특히 손이 많은 부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로서, 우리의 뇌는 결국 손을 사용하면서 확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년전 옥스퍼드대학에서 손, 입, 눈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서로 겹쳐 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손과 눈으로 문자를 쓰고 눈과 입으로 표정을 만들며, 입과 손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즉, 뇌에 입력되는 정보는 한 가지 감각이 아니라 연합된 감각이 모여서 입력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이야기를 할 때 손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색함을 느끼고 심지어 말이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중추신경계 환자가 손을 쓰지 못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의 뇌는 감각이 모여 기억이 된다는 사실에서 손을 사용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기억은 하나의 감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연관기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손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 통합된 감각을 자극할 수 있어서 기억의 효율성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결국 신경세포를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쓰고, 그리고, 만지고, 조작하고, 조각하기 같은 활동으로 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손을 많이 쓸수록 우리의 뇌의 기능은 향상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알 수 있다.

▲ 펜필드 박사의 뇌지도.

 



손을 많이 쓰는 것이 창의성 높이는 지름길

우리는 지금 글을 쓰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하지 않으며, 자판의 부호를 하나하나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이는 우리 뇌 속에는 손이 기억하는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심코 하는 행위 너머에는 의식을 통해 만들어진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글자를 쓸 수 있고 자판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더 많이 만지고, 더 많이 조작하고, 더 많이 두들기고, 더 많이 손을 사용할 때 손이 기억하는 세상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미술가들인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도 모두 손의 반복 학습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손을 사용하면 확장된 공간에 기억이 머물고, 생각이 머물고 창의성이 솟아나며, 몸이 가지는 감각의 세계를 통해 문화가 만들어진다.

모방과 학습은 모두 우리 몸을 통해 탄생한다. 모방은 창의성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지금 손이 기억해 만든 세상에 살고 있다.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서 우리 몸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결국 창의성을 높이는 지름길인 것이다. /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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