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함께 한 아빠들의 2012년
육아와 함께 한 아빠들의 2012년
  • 이현아
  • 승인 2012.12.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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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2년. 직장과 가정 양립은 아빠들에게도 과제였다. 22일 ‘100인의 아빠단’송년회에 참석한 아빠들에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소감을 물었다.

서울 성북구의 김성수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12살, 7살 두딸을 키우고 있다. 본인의 육아비법을 다른 아빠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아빠단’이지만 오히려 이 활동을 통해 더 많은 비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전희준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들과 두딸을 두었다. 막내 딸아이는 이제 겨우 2살백이다. 아이를 좋아해 가능하다면 더 낳고 싶지만 높은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걱정도 앞선단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최용규씨는 5살 짜리 딸을 둔 아빠다. 딸과 관련해 모든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최 씨. 다른 아빠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 궁금해 ‘아빠단’과 인연을 맺었다고. 지금은 아이와 함께 무엇가를 공유한다는 것이 무척 고맙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온 오재호씨는 성직자이자 육아 관련 정보를 주로 다루는 인기 블로거다. 9살 큰 딸 아래 각각 6살, 5살 아들을 둔 오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결국 문제는 가정”이라고 말하는 그는 2013년 더욱 의욕적인 ‘아빠단’ 활동을 약속했다.
 


▲ 왼쪽부터 최용규, 전희준, 오재호, 김성수 씨.

 

‘100인의 아빠단’ 미션과 함께 성장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아빠’들의 참여를 독려해보자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한 자리에 모인 ‘아빠’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 김성수씨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빠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3~40대 아빠들이 육아고민을 나누고 비법을 전하는 모습을 볼 때는 무척 신기하죠.” 김성수 씨의 말이다.

2011년 1기를 출범한 ‘100인의 아빠단’은 2012년 2기를 출범하고 활동영역을 인터넷 카페로 확장했다. ‘멘토링제도’도 도입했다. 5가지 분야 ‘고수’들이 매주 미션을 제시하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미션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카페에 게재하는 형식이다.

“스테이크 만들기 미션이 있었는데 참 난감하더라고요. 잘 먹어보지도 못한 음식인데 만들기까지 해야 하니까 어디서부터 손을 댈 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다른 분들이 미션을 수행해 놓은 결과가 (카페에) 올라오잖아요. 그걸 보면서 자극도 받고, 노하우도 알게 되고요.”

김씨에게는 미션수행이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됐다. “처음에는 미션 수행하랴, 틈틈이 촬영하랴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가족들 모두가 기다리는 행사가 됐어요.”

전희준 씨 역시 ‘미션’ 수행에 공을 들이는 회원 중 한명이다. 완성도 높은 그의 미션수행 실력은 이미 회원들 사이에도 정평이 나 있다.

“‘미션’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계기와 모델을 제공해요. 나 혼자서는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생각만 하지만, ‘미션’이나 활동을 통해서 실행해야 하는 모델이 생기는 거니까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추억도 생기고요.”

아빠들을 바쁘게 만들어 준 ‘미션’과 함께 ‘100인의 아빠단’도 훌쩍 자랐다. 당초 2~30명 가량 모일 것으로 예상됐던 ‘100인의 아빠단’ 송년발표회는 200명 규모의 행사로 치러졌다. 2013년 ‘100인의 아빠단’이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아빠육아 가능한 사회 돼야죠”

보건복지부가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는 ‘100인의 아빠단’은 이제 구체적인 모임의 틀을 갖췄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 추진체나 동력이 없는 초보적인 단계에요. 하지만 스스로 열정과 관심을 갖고 모인 사람들인만큼 이후가 기대돼요. 이제는 방향성을 잡아가야 하는 때인 것 같아요.” 최용규 씨의 진단이다.

▲ 오재호씨

 

1기때부터 활동하고 있는 오재호 씨는 좀 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육아는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기술이나 실력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그 사람 자체의 성품과 세계관이 바뀌어야 해요. 그러자면 아빠들이 철학이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와 프로그램도 더해져야겠죠. 아빠들의 힐링도 필요해요.”

아빠들의 육아와 가사가 대두되고 있지만, 그렇게 증대되는 역할로 아빠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과 희생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저도 회사원이지만 현실적으로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쓴다는 게 힘들죠. 지금도 공무원 정도나 돼야 가능하지 않은가요?” 김성수 씨의 지적이다.

“남자가 육아를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바뀌어야겠죠. 애 때문에 일찍 퇴근한다, 애 때문에 주말에 출근할 수 없다. 틀린 말이 아닌데도 용인되지는 않아요. 가정을 챙기는 사람에게는 ‘일 못하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어요. 슈퍼맨이 아닌 이상 일과 육아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결국 육아휴직을 권장은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아빠들이 쓸 수 있는 제도는 아닌 것이죠.” 최용규 씨는 아빠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토로했다.

아직까지 ‘아빠육아’가 난관에 봉착해 있음에도 육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100인의 아빠단’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들은 적어도 스스로 육아의 고민을 함께 나눌 만한 동료들을 찾았고,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 전희준씨

 

“‘아빠학교’ 같은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육아에 관심이 있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뭘해야 할 지 모르는 아빠들이 많아요. 앞으로 ‘100인의 아빠단’ 회원들도 더 늘어나겠죠.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더 다양한 프로그램, 오프라인 모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아빠학교’ 운영을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전희준 씨의 제안에 오재호 씨도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10가족 정도가 모여 모임을 가졌어요. 각자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강의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요. 그런 부분을 활성화해 나가면 어떨까요.”

“새정부, 실질적인 육아고민 덜어줬으면”

새정부 출범에 앞서 아빠들이 바라는 것은 실질적인 육아고민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특히 보육과 교육이 큰 틀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심도 깊게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 최용규씨

 

최용규 씨는 “당장의 정책변화보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서 비전을 갖고 만들어지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모든 정책이 다 장․단점을 갖겠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면 문제가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성수 씨 역시 “유치원에서부터 추첨제로 공 뽑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소를 터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맞춤형 지원제도가 정착돼 아이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교육과 육아에 드는 비용이 현실화 되고 말뿐인 출산장려가 아닌 실질적으로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세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아빠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아빠들은 내년에도 더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으로 ‘육아하는 아빠’의 본보기가 되겠다는 다짐을 나누며 자리를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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