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지원센터에서 첫 명절을 기다리는 이주민 아기들
이주여성지원센터에서 첫 명절을 기다리는 이주민 아기들
  • 지성용
  • 승인 2015.02.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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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아기 4명 센터에서 조촐한 설맞이

[베이비타임즈=지성용 기자]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문을 연 ‘이주여성지원센터’에서는 네 명의 아기와 두 명의 엄마가 설을 맞고 있다.

지난달 14일 개소식이 열릴 당시 입주한 이주민 영아가 3명이었지만 최근 한 명이 더 늘었다.

100일을 갓 넘긴 중국동포 여자아기 영이(가명)가 지난 16일 오후 이주여성지원센터의 새 식구가 됐다. 영이의 어머니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며 며칠 전 가출했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고민 끝에 이곳에 아기를 맡겼다.

센터에는 생후 7개월된 중국동포 여자아기 고지연(가명) 양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에 의해 유기됐다가 구조됐다.

케냐에서 온 ‘인도적 체류자’의 12개월된 딸 시에나는 센터의 ‘사교왕’이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손을 내민다. 시에나와 함께 엄마도 센터에 입주해 있다.
인도적 체류자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한 사람들이다.

▲ 이주여성지원센터에 머물고 있는 케냐 출신 인도적 체류자 모녀와 센터 설립자인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왼쪽부터).

 


태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7개월 남자아기 민이(가명)는 일주일 전에 입주했다. 입주 당시 요도협착증으로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안색이 나빴지만 지금은 얼굴에서 병색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밝아졌다. 민이와 함께 센터에 머무는 엄마는 서툰 한국말로 “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다른 식구가 센터에 입주하면 입주 아기는 5명이 된다. 지난주 베트남 엄마에게서 태어난 여자아기 별이(가명)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쪽지를 남기고 엄마가 떠나면서 센터 입주가 불가피하게 됐다,

딱히 갈 곳이 없는 입주자 대부분은 설을 센터에서 보내게 된다. 센터는 떡국과 족발 등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한 가족이 된 식구들의 첫 명절을 기념할 계획이다.

이주민 구호단체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거나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이주여성들을 위해 개설한 이주여성지원센터는 모자원·영아원·그룹홈 등 최대 20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주여성지원센터는 1년 전 김 목사가 받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15살 된 조선족 소녀가 낳은 아이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는 국내 한 미혼모센터의 연락이었다.

한국 국적자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다는 미혼모센터의 설명에 김 목사가 뒤늦게 나섰지만, 소녀는 아이를 두고 중국으로 떠나버린 뒤였다.

조선족 소녀의 사연을 접하며 김 목사는 사각 지대에 놓인 이주여성 임산부들의 현실을 인지하고 대책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주여성 임산부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될 경우 도움을 받기 쉽지 않고, 심지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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