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빠]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매일 조금씩 해보자
[일하는 아빠]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매일 조금씩 해보자
  • 일하는 아빠
  • 승인 2012.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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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을 통해 일하는 아빠가 즐기면서 육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빠의 취미를 살리는 것> <10분 안에 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을 찾아 즐기는 것> 두 가지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소통을 하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대화를 예로 들면 한사람만 말하고 다른 사람은 듣기만 하는 것은 설교나 연설이지 대화가 아닙니다. 놀이나 육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빠와 아이가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활용 놀이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게 된 목적 중의 하나가, 바쁜 아빠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밌는 그림으로 복잡한 작품을 만들어 올렸더니, 칭찬만 할 뿐 똑같이 만들어 보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복잡한 그림은 그리지 않고, 간단한 놀이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림 실력을 자랑하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색깔도 칠하지 않게 됐고, 팔이나 다리 같은 세세한 부분도 생략해, 주로 얼굴이나 손 정도만 간단히 그리며 놀이를 만들게 됐습니다.

우유시계

 

그러던 어느 날 두 딸을 둔 제 친구가 “나는 눈 하나 그리는 것도 엄두가 안 난다” 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종이로 프린트해서 쓸 수 있는 ‘눈 그림’을 한글파일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시범을 보이고자, 그림을 좋아하는 저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는 가급적 ‘눈 그림’을 인쇄해서 오려 붙이며, 최대한 간단하게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놀이 규칙도 복잡하게 만들거나, 학습 게임처럼 목적이 있는 놀이도 자제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에 쩔어 오는 아빠들에게, 이런 놀이는 힘든 숙제처럼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사위나 뿅망치 등 머리를 쓰지 않고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놀이들을 만들어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이들은 따라 만들기에는 좋지만 단순한 모양과 규칙들뿐이라, 아이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눈높이 작업이 필요했는데, 이때 쓴 방법이 사물의 캐릭터화와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어묵상자

 

단순히 상자, 용기,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든 놀이가 아닌 괴물 인형, 먹보 인형, 애벌레 인형 등 이름을 통해 생명을 불어주는 놀이가 캐릭터화 된 놀이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기 전에는 가급적 인형들끼리 대화하는 방법 등 동화 같은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시작했습니다.

요구르트통을 이용한 인형으로 만들어 쌓기 놀이를 하면서 ‘백설공주와 보디가드’란 재미있는 이야기로 소개를 했고, 로션 통으론 물고기들끼리 수영장에 가서 노는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줬습니다. 그렇게 하니 아이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인형을 들고도 인형놀이를 할 정도로 소중히 갖고 놀았습니다.

놀이를 할 때는 음향효과와 리액션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놀란 장면을 표현할 땐 ‘으악 ~’ 하면서 제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 팔을 휘두르며 연극배우처럼 연기했습니다.

또 요구르트 통을 아이와 함께 쌓을 때도 “조심조심~ 어~ 어~ 밀지마~ 잘 잡아~ 떨어진다~” 며 인형들의 대화를 입으로 흉내를 내면서 탑을 쌓았습니다.

칼싸움 놀이를 할 땐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10년간 복수의 칼을 갈아왔다. 이 무시무시한 칼로 네 녀석을 한 번에 쓰러트리겠다. 으하하하 !”라고 외쳤습니다. 잔뜩 분위기를 띄우고 칼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칼을 맞을 때도 크게 리액션을 하고 쓰러질 때도 과장되게 쓰러지며 “으윽~ 분하다~ 살려줘~!” 하고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놀이 자체도 재미있지만, 아빠의 우스꽝스런 모습에 아이는 웃음보를 터트리곤 했습니다.

딱정벌레

 

아빠 체면은 던지고 친구처럼 아니, 친구보다도 더 재미있게 배우처럼 놀아줬습니다. 이렇게 놀아줬더니, 10분을 놀아줘도 하루 종일 놀아준 것처럼 아이에게 깊은 임팩트를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놀아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놀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놀이를 하면서 우스꽝스런 개그 대사나 유행어를 끼워 넣으며, 놀이를 하는 10분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 되도록 열심히 방방 뛰며 아이와 놀아줬습니다.

눈을 붙여서 캐릭터 인형으로 만들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소개하고, 연극배우 같은 아빠의 리액션과 음향효과로 흥을 돋구고, 웃긴 대사로 배꼽 떨어지게 아이를 웃기고 하는 노력들이 다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아휴직 중인 아빠나 전업주부아빠 또는 주말마다 여행도 가고 나들이도 가는 아빠들이라면, 아이와 스킨십 하는 시간이 많아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 때문에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아빠들은, 단시간에 고효율을 올리는 이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아이의 유년기 추억 속의 아빠라는 모습을 ‘재미, 즐거움, 흥분, 기대’로 심어주고 싶었던 제 원의가 이런 방법들을 통해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일만 하는 아빠는…
 
일 중독이고, 요리, 집안일 하나도 못하는 아빠지만
아이와의 스킨쉽을 위해 노력하는 아빠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놀이멘토
환경부 이동교구상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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