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국어사전에 관한 생각
[교육칼럼] 국어사전에 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2.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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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22년을 돌이켜 보면 교육 현장에는 예전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2022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교실에서 많이 유행해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학기가 지나갔었다.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면서 지난 2년간 하지 못했던 여러 교육 활동을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2023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새 학년 시작에 맞춰 교사들도 새로운 학생들과 같이 지낼 교실 정리, 교실 꾸미기 등 새학기 준비를 한다. 환경적인 준비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새 학년 교육과정 준비다. 1년간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도할지 교사의 학습 스타일, 학생들의 학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깊이 있게 고민한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교육과정은 나라에서 정한 교육의 목표를 학생들에게 지도하기 위한 문서로, 1945년 해방 이후 각 시대의 상황, 당시 세계의 교육 사조 등을 고려해 총 11번 개정됐다. 최근 개정된 2022 교육과정은 2022년 12월에 공시됐다.

필자가 현장에 나와서 경험한 교육과정은 7차 교육과정,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 등 4개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학습 요소도 이를 반영하여 개정과 수정이 된다. 가끔 부모님들은 학생들의 교과서를 볼 때 자신들이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궁금증을 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수학 교과의 경우 예전에는 6학년 2학기에 주산을 배웠었다. 하지만 요즘 수학 과목에는 주산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비슷한 예로 전에는 분수를 2학년 2학기에 배웠지만 요즘 분수는 3학년 1학기에 학습한다.

국어 교과도 마찬가지다. 요즘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보면 글과 그림만이 아니라 드라마, 해리포터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영화 등 매체의 비율이 전보다 많이 강조된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교과서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후에 교과서가 나온다면 매체 관련 부분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반영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교육과정이 변경되지만 변하지 않는 학습 요소들도 있다. 예를 들면 1학년 수학 교과에서는 숫자를 학습한다는 점, 국어 교과에서는 한글에 대해 학습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입학한 뒤에 접하는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서 숫자와 한글을 학습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국어 교육과정에서 ‘국어사전’이 항상 중요 학습 요소로 제시되는 부분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단어가 궁금하면 국어사전을, 과학적인 부분에서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백과사전 등을 찾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기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전을 찾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교육과정에서도 사전 찾는 법을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것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인 요즘 학생들은 국어사전을 일상에서 거의 이용하지 않고, 종이로 된 국어사전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국어사전이 집에 없는 경우도 의외로 많이 있다.

국어사전은 새로 만들어진 어휘를 즉각 반영할 수 없다. 국어사전은 종이로 된 인쇄물이기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어도 스스로 이를 종이 사전에 추가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해마다 개정된 국어사전을 따로 사는 방법밖에 없다.

국어사전을 학생들과 학습을 할 때, 학생들로부터 ‘일상에서 국어사전을 활용하지 않는데 수업 시간에 국어사전을 왜 배우는지?’에 대해 질문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상에서 국어사전을 활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어 교육과정에서는 왜 계속해서 국어사전을 학습 요소로 제시하는 것일까?

초등학교 현장에 있는 일선 교사들도 21세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이 국어사전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필자도 처음에는 교육에 있어 국어사전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를 계속 고민해보니 왜 필요한지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국어사전 활용은 국어의 창제 원리와 관련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국어사전은 ㄱ부터 시작한다. ㄱ에서 자음 순서에 따라 ㅎ까지 있다.

국어사전에서 자신이 뜻을 알기 원하는 단어를 찾으려면 그 단어 첫 글자의 초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초성인 ㄱ을 찾고 난 뒤에는 다음인 중성을 찾아야 한다. 우리말에서 중성은 ‘모음’을 의미한다. 국어사전에는 이 ‘모음’도 모음 순서로 배열되어있다.

그다음으로 종성을 찾아야 한다. 종성은 ‘자음’으로 ‘이’처럼 없는 글자도 있지만, 예를 들면 ‘간’처럼 ‘ㄴ’을 사전에서 찾아야 한다. 즉 국어사전에서 한 글자를 찾더라도 창제 원리를 알고 있어야 찾을 수 있다.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는 시대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원리를 알려주고 이를 어떻게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1세기의 교육과정에서의 국어사전 학습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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