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아이들도 우울하다
[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아이들도 우울하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2.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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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아이들에게도 우울증이 생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못 하는 아기들도 우울증이 생긴다. 1980년도에는 공식적으로 소아우울증이 인정됐다.

일례로 갑자기 엄마와 헤어지게 된 한 살배기 아기가 잘 먹지도 않고 멍하게 있다가 피부 감염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우울해지면 면역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쉽게 병들고 이를 이겨낼 힘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들도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어른들처럼 ‘아 살맛 나지 않는데 차라리 죽고 싶어’라고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따라서 어린이 우울증은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인지발달이 미숙해 우울증의 모습도 어른들과 다르게 나타난다. 아이들은 우울해지면 배가 아프다며 밥을 잘 먹지 않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등 신체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기운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또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부리거나 예민하게 굴고 잘 울고, 잘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야뇨증이나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유분증을 보이기도 한다. 쉽게 산만해지고 집중을 못 하는 아이들도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가장 특이한 점은 이전에는 즐기고 좋아하던 활동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런 일반적인 증상에 가려져 있는 아이의 우울증을 알아차리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아이들의 우울증을 치료 없이 방치하면 성인이 되어 우울증이 재발할 위험이 크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자라면서 우울증이 만성화되기도 한다.

어린이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는?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까? 천사 같은 웃음을 짓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은 걱정 근심 없이 마냥 행복한 세상에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아이들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아이들에게 우울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무엇일까?

어린이 우울증은 애착 대상과 갑작스러운 이별이 원인이 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거나 아주 친하게 지냈던 어린이집 친구가 이사를 가서 헤어지거나 하는 어른들의 관점에선 대수롭지 않을 일도 아이들에게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가족 중 우울한 사람이 있으면 아이들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엄마가 우울해지면 아이들은 전염이라도 된 듯이 우울증에 빠지기 때문에 부모 자신이 우울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우울증은 유전적인 소인도 있기 때문에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불안한 애착과 어린이 우울증

애착이란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존 볼비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애착이란 부모에 대해 아이가 가지는 강하고 지속적인 유대감이다. 애착이란 쉽게 표현하면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끈끈한 정을 말한다.

특히 생후 1년 동안 유아와 양육자 사이의 초기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부모가 변함없이 따뜻하고 안정된 사랑과 보살핌으로 아이와 상호작용할 때 만들어진다. 유아기에 형성되는 애착 형성이 인간 본성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된다.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아기에게 돌아와서 아기의 요구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으면 불안한 애착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아기들의 불안이나 우울의 원인이 된다. 보살피는 사람이 자주 바뀌거나, 엄마가 우울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정서적으로 방임한 상태로 아이를 대하면 건강한 애착이 아니라 불안한 애착이 생기게 된다.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지속적인 돌봄이나 관계 맺기가 부족하고 애정이 결핍되면 불안한 애착이 형성되어 어린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강한 애착 형성은 부모가 아이와 종일 같이 있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에 90분 이상이면 애착 형성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30분 정도 시간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아이와 함께 몸을 부비며 놀아주면 건강한 애착이 만들어진다. 안아주고 뺨을 만져주는 스킨십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매일, 꼭 안아줘야 한다

사랑의 본성은 애착이며 이는 엄마와의 따뜻한 신체적 접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매일, 꼭 안아줘야 한다.

영유아기 때는 아기를 자주 꼭 안아주고, 아기가 울면 빨리 반응을 보이고, 큰소리로 옹알이에 대꾸해주고 같이 뒹굴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우리 아기를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행복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마음과 기분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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