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 국민의힘 당권 싸움에 소멸되나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 국민의힘 당권 싸움에 소멸되나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3.01.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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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돈 없이 저출산 극복 안돼”…대통령실 “납득 어려워”
“셋째 낳으면 주택대출 원금 전액 탕감” VS “부적절한 언행”
대통령실 “나경원, 반대에도 발표 강행” 부위원장 해촉 시사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3·8 전당대회 앞두고 ‘윤심 비토’ 논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이 저출산 승부수로 쏘아 올린 ‘출산 시 대출 이자와 원금 탕감’ 대책이 여당 내 권력 다툼으로 사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나 부위원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 화두가 국민의힘 당권 싸움에 정략적으로 휘말리면서 움트기도 전에 짓밟힌 형국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8일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십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나 부위원장의 ‘대출 탕감’ 대책을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라며 “예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마저도 극구 반대한 개인 의견을 발표해 국민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나경원 부위원장의 ‘출산 시 대출금 탕감’ 발언과 관련해 “실망스럽다”는 취지로 나 부위원장을 비난하고 해촉까지 시사하며 추가 입장을 낸 것이다.

이에 앞서 나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 “재정 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저출산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을) 당장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면서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해 볼 마한 가치가 있는 해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 부위원장은 이어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오후에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 “부적절한 언행”, “국민께 심각한 혼란 야기” 등 내용의 추가 입장을 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 전환,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원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출산 장려 정책을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이 저출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국가 소멸’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7~8년이 인구 위기를 ‘골든타임’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취지다.

나 부위원장은 당시 “지금도 신혼부부나 청년에 대한 주택 구입,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한 지원책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충분한 측면이 있다”면서 “아이를 낳으면 조금 더 과감하게 (출산가정의) 대출 원금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저출산 극복이 국가 존립 문제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검토될 만한 정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위원회 내부 검토 결과 이 정책을 시행하는 데 대략 연간 12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 부위원장은 당시 신혼자금 대출과 출산을 연계해 출산 시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주는 정책 검토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부위원장이 언급한 ‘대출 탕감’ 방안은 헝가리에서 2019년 도입해 결혼율을 약 20%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제도다. 헝가리는 저리로 신혼부부에게 1000만포린트(약 4000만원)를 대출해주고 첫째를 낳으면 원금의 절반을, 셋째는 전액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하루 뒤인 지난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나 부위원장의 개인 의견으로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관련된 정부 정책의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반박했다.

이후 나 위원장이 8일 페이스북에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이 게시글에 대통령실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추가 입장을 밝히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 간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인구 변화 대응과 관련한 범부처 계획을 심의하는 기관으로 대통령이 위원장이다. 나 부위원장은 작년 10월 부위원장에 임명된 뒤 인구 구조 변화 대책을 총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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