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배우자·자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사람과 법률] 배우자·자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11.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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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배성재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A는 1973년생 남자인데 학창시절부터 여성복을 즐겨 입었고, 여성을 동성으로 여기는 등 심한 성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A는 1992년 B와 결혼하여 1994년생 자녀 1명을 두었으나 1996년 이혼 후 2006년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A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性)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대법원은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A의 신청을 기각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1.9.2.자 2009스117 결정)(이하 ‘대법원 결정’). 이러한 결정에 따라 현재 법원은 성별정정 신청을 검토할 때 배우자 및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이 배우자가 있는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이유는 가족관계등록부 등 서류상 동성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상 이성(異性) 간의 결혼만 허용되는데, 부부 중 일방이 성별정정을 할 경우 서류상 동성(同性) 간 결혼이 된다. 결과적으로 성별정정 허용은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이며 상대 배우자의 법적·사회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대법원은 이혼 등으로 현재 배우자가 없는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은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에 대하여 대법원은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를 고려할 때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미성년인 자녀는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또는 어머니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감내해야 하므로 정신적 충격이 있다.

둘째, 가족관계증명서상 아버지의 성별이 여성 혹은 어머니의 성별이 남성으로 기재되어 서류상 동성혼이 되는데 미성년인 자녀는 그러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할 경우가 생긴다.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성년인 자녀는 이러한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위 결정 당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미성년인 자녀 혹은 배우자의 존재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

일본도 미성년인 자녀가 있거나 배우자가 있으면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0년 3월 11일 성별정정 신청 시 혼인 중이 아니어야 한다는 규정이 “이성(異性) 사이에서만 혼인을 인정하고 있는 현재의 혼인질서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으려는 등의 배려에 기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합헌으로 보았다. 또한 2021년 11월 30일에는 미성년인 자녀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이 과거 판례에 비춰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결정에 대한 반대는 크게 미성년인 자녀가 없어야 한다는 요건에 반대하는 입장과 배우자가 없는 상태여야 한다는 요건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윤진수 교수의 논문(윤진수(2020).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서울대학교 법학,61(3),1~30.)을 참고하여 미성년인 자녀가 없어야 한다는 요건이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대법원 결정의 첫 번째 근거에 대한 반박은 성별정정 허용 시 자녀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는 시점이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성전환 수술 등 자신의 성 정체성에 따른 변화를 보일 때이지 성별정정이 허가된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성별정정 허가 자체는 자녀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미성년인 자녀가 있을 때 무조건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적절한 제한이 아니다.

대법원 결정의 두 번째 근거에 대한 반박은 현행 법령상 동성혼은 불가하고 이를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알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가 같은 성(性)이어도 성전환에 따른 성별정정의 결과라고 인식하지 동성혼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관계증명서 제출 등으로 부 또는 모의 성전환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자녀가 차별과 편견에 노출된다는 주장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없어져야만 성별정정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사회구성원 다수가 트랜스젠더 및 그들의 성별정정을 이해 및 포용하는 입장으로 돌아설 때까지 트랜스젠더로 하여금 법률적으로 성전환 전의 성(性)으로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법원 결정은 가족 간의 유대와 배려를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 가족관에 비춰볼 때 자의로 이성과 혼인하고 자녀를 출생시킨 사람은 최소한의 배려로 성별정정을 불허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과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별히 가족 간의 유대와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성별정정을 불허할 이유가 되는지 알기 어렵다. 이러한 대법원 결정은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자녀의 복리를 해친다는 이유를 들어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정당성을 잃는다.

미성년인 자녀가 있을 경우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윤진수 교수의 논문은 한발 더 나아가 성별정정 허가를 판단할 때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지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 또는 모의 성 정체성에 따른 변화로 인해 자녀가 정신적 충격을 받지 성별정정 허가로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자녀의 정신적 고통은 심리상담 혹은 치료로 해결할 문제이지 성별정정 금지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시 배우자가 없어야 한다는 요건에 대하여는 혼인 중이더라도 사실상 별거 혹은 이혼 소송 등으로 배우자의 사회적 지위 등에 실질적 변동을 초래할 우려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결혼이 실질적으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반박이 있다. 윤진수 교수의 논문은 이 요건의 경우 동성혼 허용 여부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시 배우자 또는 미성년인 자녀가 있으면 안 된다는 대법원 결정에 대하여 찬반 견해가 치열하게 대립한다. 반대하는 주장 또한 배우자 또는 미성년인 자녀가 있다는 점을 성별 정정 허가의 고려 요소로 삼자는 입장부터 아예 성별 정정과 무관하므로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측도 있다.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신청에 따라 차후 대법원이 다시금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칼럼은 2022년 11월 21일에 작성되었습니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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