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업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산업재해
[사람과 법률] 업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산업재해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9.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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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박성민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올해 여름에는 유난히 비소식이 잦았다. 비가 올 때면 관절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단순히 기분 탓으로만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관절은 온도를 비롯해 기압이나 습도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 오는 날이면 공기 중에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습도가 높고 기압까지 낮아지므로 관절 내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관절 내 조직이 팽창하고 신경을 자극하면서 무릎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비가 오면 평소보다 기온이 떨어지므로 관절 사이에서 윤활제 역할을 하는 관절액의 점성이 낮아지면서 관절 사이의 마찰이 커져 통증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만약 건설현장 근로자, 자동차 조립라인 종사자, 급식조리원이나 객실 청소원,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직업적으로 신체 중 특정 부위를 많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해당 신체부위에 통증을 느낀다면, 날씨보다 더 직접적이고 중요한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직업적 사유로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근골격계 질병은 특정 신체부위에 부담을 주는 업무로 그 업무와 관련이 있는 근육, 인대, 힘줄, 추간판, 연골, 뼈 또는 이와 관련된 신경 및 혈관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어 통증이나 기능 저하가 초래되는 급성 또는 만성질환을 말한다.

근골격계 질병은 팔(上肢), 다리(下肢) 및 허리 부분으로 구분한다.

‘팔 부분(上肢)’은 목, 어깨, 등, 위팔, 아래팔, 팔꿈치, 손목, 손 및 손가락의 부위를 말하며, 대표적 질병으로는 경추염좌, 경추간판탈출증, 회전근개건염, 팔꿈치의 내(외)상과염, 수부의 건염 및 건초염, 수근관증후군 등이 있다.

‘다리 부분(下肢)’은 둔부, 대퇴부, 무릎, 다리, 발목, 발 및 발가락의 부위를 말하며, 대표적 질병으로는 무릎의 반월상 연골손상, 슬개대퇴부 통증증후군, 발바닥의 근막염, 발과 발목의 건염 등이 있다.

‘허리 부분’은 요추 및 주변의 조직을 지칭하며 대표적 질병으로는 요부염좌, 요추간판탈출증 등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업무를 수행할 경우 위와 같은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클까? 고용노동부의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 및 유해요인조사 방법에 관한 고시’ 제3조에서는 근골격계 질병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근골격계부담작업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제3조(근골격계부담작업) 법 제39조제1항제5호 및 안전보건규칙 제656조제1호에 따른 근골격계부담작업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작업을 말한다. 다만, 단기간작업 또는 간헐적인 작업은 제외한다.

1. 하루에 4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자료입력 등을 위해 키보드 또는 마우스를 조작하는 작업

2.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하여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

3.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머리 위에 손이 있거나, 팔꿈치가 어깨 위에 있거나, 팔꿈치를 몸통으로부터 들거나, 팔꿈치를 몸통 뒤쪽에 위치하도록 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4. 지지가 되지 않은 상태이거나 임의로 자세를 바꿀 수 없는 조건에서,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목이나 허리를 구부리거나 트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5.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6.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지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1kg 이상의 물건을 한 손의 손가락으로 집어 옮기거나, 2kg 이상에 상응하는 힘을 가하여 한 손의 손가락으로 물건을 쥐는 작업

7.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지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4.5kg 이상의 물건을 한 손으로 들거나 동일한 힘으로 쥐는 작업

8. 하루에 10회 이상 2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9. 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들거나, 어깨 위에서 들거나, 팔을 뻗은 상태에서 드는 작업

10.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분당 2회 이상 4.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11.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시간당 10회 이상 손 또는 무릎을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충격을 가하는 작업

물론 어떤 근로자가 위 근골격계부담작업을 수행한 사실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그 근로자에게 발병한 근골격계 질병이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해당 근로자의 신체부담정도, 직업력, 간헐적 작업 유뮤, 비고정작업 유무, 종사기간, 질병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특히 위의 신체부담정도는 재해조사 내용을 토대로 인간공학전문가, 산업위생전문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평가하되, 필요한 경우 추가로 관련 전문가와 함께 재해조사를 하여 판단한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 신청 이후 실제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통계상 121.4일, 약 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실무상 체감하기로는 좀 더 긴 기간이 걸리는 것 같아 필자는 미리 재해자에게 “지금 신청하시면 약 6개월 정도 걸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안내하는 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병의 산재신청이 2017년 5127건에서 2019년의 9426건, 2020년 9925건에 이르는 등 사건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사고성 산재와 달리 근골격계 질병의 경우 재해자의 상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현장조사를 거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된 산재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에 따라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개정 고시했다.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업무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함에 있어 상병, 직종, 근무기간, 유효기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신설)함으로써 근골격계 질병에 대한 신속한 처리절차(Fast-track)를 도입하여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개정의 주요 골자이다.

개정 고시는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여부 판단에 있어 처리 기간을 길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현장조사’ 절차에 있다고 보고, 자주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병과 해당 상병이 자주 발생하는 직종을 정해 그 직종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생략함으로써 업무상 질병 판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정 고시의 내용에는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적어도 개정 고시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형틀목공으로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중단한 때로부터 2개월 이내에 팔꿈치 내(외)상과염을 진단받았을 경우 ▲자동차 정비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중단한 때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요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았을 경우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돌봄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 해당 업무를 중단한 때로부터 12개월 이내에 무릎 부위에 반월상 연골파열을 진단받았을 경우 등 고시 내용에 직접 해당하는 재해근로자들의 경우 신속하게 신재 승인을 받을 수 있으니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위 고시의 내용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다. 가끔 실무상 만나게 된 산재 근로자 중에는 본인이 위 고시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 미리 체념하는 경우가 있었다. 오해하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위 고시 내용은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특정 직종, 근무기간, 유효기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바로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추정함으로써 빨리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위 고시에 열거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근로자라 하여 근골격계 질병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 그저 업무관련성 평가에 앞서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뿐이다.

 

<박성민 변호사 프로필>
-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 現 국방부 지뢰피해자 및 유족 여부 심사 실무위원회 위원
- 現 서울글로벌센터 전문상담위원
- 現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법률자문 및 노동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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